《향연》 편에 디오티마라는 여인이 말해준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래와 같음(박종현 교수님 역본 발췌).

202a
“옳은 판단을 하는 것(바른 의견들을 갖는 것)이면서도 그 논거를 댈 수는 없는 것은 아는 것도 아니고,ー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 하는 것이 어떻게 앎(episteme)일 수 있겠습니까?ー무지도 아니나,ー사실인 것(to on)에 적중하는 것이 어떻게 무지일 수 있겠습니까?ー지혜(phronesis)와 무지 사이에 있는 옳은 판단(바른 의견: orthe doxa)이 그런 것인 게 틀림없습니다.“

즉 ‘앎은 논거를 댈 수 있는 참인 판단’이라는 건데, 이거 《테아이테토스》 206c에 나옴 ㅋㅋㅋㅋ

게다가 《향연》 편에 이런 구간도 나옴

204a~b
“그야 가장 아름다운 것들 속에 지혜(sophia)가 포함되기 때문이지만, 에로스(Eros)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eros)이어서, 에로스는 필연적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philosophos)이며, 지혜를 사랑하는 자이기에 지혜로운 자와 무지한 자 사이에 있는 게 필연적이에요.”

은근슬쩍 철학자의 정체를 밝히는 구절을 심어놓았는데, 

《테아이테토스》 편 마지막에 다음날 만나자 하고 끝나고, 《소피스테스》 편 도입부에 소피스테스-정치가-철학자를 논하자고 하며 삼부작에 대한 예고를 함. 하지만 철학자 편은 나오질 않음. 

아마 이미 《국가》 편 같은 다른 대화편에 언급한 토막글들이 있어서 그런거 같다 생각했음. 국가 편에서는 철학자의 참여적 의무를, 향연 편에서는 그들의 선분의 비유 상 본질적 위치(dianoia와 pistis의 사이)를 이야기한 걸수도. 

207e~208b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옴. 사람이 계속해서 거듭나고 있음을 헤라클레이토스식 만물 유전설로 설명하는데, 앎(episteme) 또한 계속 흐르는 중임을 강조함. 이 역시 《테아이테토스》 편과 연결됨. 

일단 《향연》 편 자체에 숨겨진 복선을 이 정도 찾았는데 내가 놓친 것들도 많을거 같음. 이런게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는 재미 같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