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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읽은 책들 중 그늘진 책 몇 권에 대한 짧은 감상이다.




#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2%를 차지하며 천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 책은 혼자 살다가 홀로 죽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1인 가구 면접을 통한 질적 연구 방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저자만의 특별한 대책이 있는지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인터뷰도 흔한 내용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한 인터뷰이가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 같은 솔직한 말을 하고 있는데(현대 문학이나 연극의 인물들도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외로움, 자포자기, 절망, 허무, 죽음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가정을 이루어 자신에게 기쁨을 주고 늙어서는 자신을 보살펴줄 자식을 낳는 것이 해결책일까? 옛 고전에도 나오듯이 그것만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일일까?



# <인간의 비참>, 데이비드 베너타 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의 저자 데이비드 베너타의 책(원서 제목의 predicament는 곤경의 뜻인데, 제목은 좀 더 자극적으로 비참으로 번역한 것 같다.). 인간의 삶은 우주적 관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고(저자는 지상적 관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긍정한다. 다만 이러한 의미도 작고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의 질은 생각보다 낮으며, 곤경 속에 살다 죽는다는 것을 논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말할 것도 없이 곤경을 지속시키지 않는 것. 즉, 생식적 폰지 사기에 가담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고 무슨 개소리냐라며 그럼 그냥 즉시 뒤지는 게 어때라고 거칠게 반응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반출생주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재 한국의 생애 미혼율을 보면 반출생주의를 통해 위안을 얻거나 많은 독신들에게 윤리적 토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이웃이 많아지는 것보다는 ‘더 이상 곤경 속에 사람을 태어나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윤리적인 사람(이런 사람들이 타인에게 해를 가하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이 많아지는 것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 <고역열차>, 니시무라 겐타 저


범죄자 가족에게 사회적인 연좌제가 적용되는 일본에서 성범죄자의 아들로 태어나 살아가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원하지 않았음에도 곤경 속에 태어나 살아가는 넝마 같은 한 인간의 모습. 어두운 내용의 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이 작가도 평생 혼자 살다 몇 년 전 54세의 나이로 짧은 인생을 마쳤다.



#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미야노 마키코, 이소노 마호 저


그늘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두 여성 학자의 왕복 서간집.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미시마 유키오, 최근 다니카와 슌타로와 브래디 미카코처럼 일본에서는 작가들의 왕복서간이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왕복서간을 좋아하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 한 여성 철학자가 유방암을 앓게 되고 ‘갑자기 병세가 악화된다’(急に具合が悪くなる, 이 책의 원제이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이 제목을 더 좋아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 인류학자와 편지를 나누며 죽음으로 향하는 고통스러운 곤경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아내려는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철학자는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녀가 남긴 빛은 적어도 아직 죽음이 찾아오지 않은 편지 상대방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힘이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책 번역은 히로시마 카프 레전드 투수 구로다 히로키를 구로다 히데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화의 류현진을 류현민으로 번역한 것과 비슷하다.)



# <거미를 찾다>, 니시 가나코 저


이 책은 일본 소설가 니시 가나코의 에세이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시절 캐나다에서 유방암을 앓게 된 작가가 자신의 투병 과정을 적은 것이다. 위 책과는 달리 이 책에는 작가의 구체적인 투병기가 기록되어 있다. 죽음의 그늘을 마주하게 된 작가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암수술 및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병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작가는 자신의 곤경을 타인과의 관계와 도움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나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작가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시종일관 느껴지는 훈훈한 에세이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