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생각을 많이 해봐야하는 상징적인 은유들을
내가 너무 가볍게 넘겨서 아쉽다고나 해야될까
작중에서 아랍인을 죽일 때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라는 말을
보면 태양은 분명히 적대적이고 부정적 관념인데
왜 굳이 태양을 그 상징물로 썼는지 모르겠음.
배교자라는 다른 파트인지 부록인지 아무튼 딸려있는걸 보면
확실히 태양이라는 상징물이 살갗을 태우며 노예에게 고통을
직접적으로 주는 대상으로서 쓰고 있는데
카뮈가 니체를 꽤나 언급했다는 점에서 볼 때
니체의 태양, 정오는 깨달음의 순간이라는데서
분명히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긴함.
동시에 재판 받기 전에 형무소에 갇혀있는 시간동안
뫼르소의 그저 살아가고자 하는 생의 의지는
새벽과 상고가 다가온다는 표현에서 밤의 시간도 특별히
태양의 대척점으로서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별을 바라보며,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감탄하는 대목도
그런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는 있겠는데...
어쩌면 카뮈 자신이 지독히도 고독하고싶었던게 아닐까?
무관심이 다정하다는 표현도
밤의 시간이 그의 상징계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건
밤의 시간은
곧, 고요의 시간이기에
그는 그렇게도 조용한 무관심 속에 파묻히고 싶었던것 같다.
이방인 자체만을 놓고본다면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 전체주의적 집단과 권력에 파멸하는 부조리
그 자체를 꼬집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나 전형적이고 반복되는 작품들의 단골 주제인지라
크게 와닿지가 않은 것 같음.
아마 이게 와닿지 않은건
나 역시도 방황하고 있기 때문인것 같은데
슬로바키아의 한 뉴스 기사에서
25년만에 재회한 아들이 서프라이즈를 위해
숙박업을 하는 그의 누나와 어머니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돈을 보여주고 객실에서 잠을 자다가
가족의 탐욕에 의해 살해당하고
자신의 아들, 동생을 죽인 누나와 어머니가 자살했다는 이야기에서
아주 오래 전의 나였다면
"가족을 생각한다는 선한 마음이 그런 비극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다니 정말 슬프구나"
혹은
"그런 탐욕에 찌든 악한 마음이 결국 그런 비극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하다니 정말 통쾌하구나"
같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가치평가도 아니라
"그런 이야기는 있을법하군"
"더 좋은 농담(서프라이즈)를 준비하는게 좋았을 것"
라는 그의 무관심과 무미건조함이 나에게 맞닿아있을 때
나는 내가 오히려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느꼈기에
뫼르소, 더나아가 카뮈에게 진실되게 공감하지 못했음.
나는 태양을 부정적으로 쓴 이유가, 프랑스 어원이긴 한데 뫼르소의 mer가 바다를 뜻한대. 바다는 곧 엄마를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태양은 아버지를 뜻해. 이방인 책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어. 불우했던 과거를 카뮈가 담았다고 봤어. 그래서 뫼르소의 마음속에 나에게 가족이란건 엄마밖에 없고, 엄마가 곧 나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어. 이방인의 첫 문장이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라는 구절에서 이게 뫼르소의 결말을 나타내는게 아닌가 싶어. 무튼 그래서 태양을 아버지(부재)를 떠올리며 부정적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la 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