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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추후에 길게 감상문을 쓰고 싶기에 짧게 몇 문장만 쓰겠습니다.

애정하는 작가라 전에 원서로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땐 제대로 안 와닿았던 점이 여러 가지 보이네요. <철학은 자연의 거울>에서 화자의 말하는 방식이라던가, 암시하고 있던 바라던가. 거기다 <미스터 스퀴시> 같은 글에서 현재로부터 이어져 있던 과거들과 현재의 모든 것들을 나열해두고 딱 모든 파국이 터지기 직전의 순간을 팍 던지고 글을 끝내는 것도 한국어일 때 더 이해가 됐습니다.

다만 한국어로 읽으니 <굿 올드 네온>이 담고 있는 아이러니한 슬픔이 너무 잘 느껴지네요. 'I'보단 '나'가 더 익숙하고 친숙한 사람이라 화자가 말 건네는 게 더 친밀했고 그래서 월러스가 자신의 선배의 의문스러운 자살에 대한 이유와 내면을 자기 나름대로 채워넣는 과정에서 자신의 자살 이유를 구체화한 게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화자가 생각한 자신의 환멸스러움은 분명 그 자신이 죽고자 할 이유겠죠.

<무한한 재미>에서도 나오지만, 월러스의 글에선 늘 무한한 자기회귀적 비판, 비꼼, 혐오, 모순, 역설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남을 비꼬고 무시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그렇게 비꼬고 있는 자신의 흉함을 보며 자신이 흉하다고 여기고 그 메타적인 흉함이 또 메타-메타적인 추함과 흉함을... 여기서 빠져나오는 건 자기만의 방인 두개골 속에 틀어박히는 거죠. 레인지에 머리를 넣고 띵.

(The Antlers: Sylvia 중, Sylvia, get your head out of the 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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