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읽은 소감

 

이 소설의, 그리고 츠바이크 소설의 중심에는 늘 '불안'이 놓여 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벽, 아니 유리바닥 같은 날들.

가장 화려했던 유럽은 1차 세계대전으로 산산조각 났고, 또 2차 세계대전으로 또 한번 부서졌다.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해주는 유리바닥에서는 그래서 늘 조심해야 하고 또 불안해 해야 한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의 한국판은 클림트의 <다나에>를 표지로 했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만약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크리스티네 역할에는 레아 세이두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른 배우는 거의 생각할 수도 없다.

 

이 소설은 너무나 기막히게 잘 읽힌다.

또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책을 읽는 동안 잠시 세상의 시간이 멈추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자리에서 움직이기도 싫고, 또 시간이 늦어서 자러 가기도 싫었다.

그냥 이 책을 위해서 우주가 잠시 멈추어 주기를 바랬다.

 

100년 전 오스트리아의 상황을 그린 소설이지만, 또 현재의 상황을 예언한 것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1차 대전 직후 오스트리아의 현실이 지금의 현실과 이토록 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장면 묘사 하나하나가, 대사 하나하나가, 심리 묘사 하나하나가 마치 21세기 한국을 보는 것 같다.

지금의 고달픈 하루하루를, 아니 고달픔을 넘어 무희망과 체념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20, 30대에게 추천한다면 당연히 이 책이 1순위이다.

거창한 교훈이나 깨달음을 주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서가 아니다.

그저 독자가 주인공에게 너무 깊이 몰입해서 책 안으로 들어가고, 현실을 책으로 끌어들이고, 책을 현실로 끌어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