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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일리아스
저자 : 호메로스
역자 : 천병희
출판사 : 숲
읽은 기간 : 10.05 ~ 10.27




오늘 리뷰할 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유럽 문학의 효시라고도 불리는 「일리아스」.
'일리아스'는 '일리오스의 이야기' 라는 뜻인데요. 여기서 일리오스는 트로이를 말합니다. 곧 「일리아스」는 '트로이 이야기', 우리에게 트로이 목마로 잘 알려진 트로이전쟁의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15000행, 번역서로 830p에 달하는 긴 서사시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하나 입니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하며 시작합니다. (아킬레스건 할 때, 그 아킬레스 맞습니다. 아킬레스는 아킬레우스의 영어식 발음.)
서사시 속의 모든 전투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때문에 촉발되며, 그가 분노를 거두자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과연 아킬레우스는 무엇에 분노했길래 시인이 그의 분노를 노래하고, 지금까지 전해진 것일까요?



- 분노의 원인 : 짖밟힌 명예

트로이아와 10년동안 전쟁중이었던 그리스 연합군.
그리스 연합군 총 사령관인 '아가멤논'은 전리품으로 아폴론 사제의 딸 '크뤼세이스'를 얻었습니다. 아폴론의 사제가 아가멤논에게 딸을 돌려주기를 청하자 아가멤논은 청을 거부하고 사제를 모욕합니다. 그 모습에 화가난 아폴론이 그리스군 진영에 화살을 퍼붓고 역병을 퍼뜨립니다.
이에 그리스군 장수인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을 비난하며 크뤼세이스를 돌려줄 것을 주장합니다. 화가난 아가멤논은 크뤼세이스를 돌려주는 대신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이자 아내인 '브뤼세이스'를 자신이 데려갑니다. 아킬레우스에게 브뤼세이스는 사랑하는 아내일 뿐만 아니라 전투의 승리로부터 얻은 명예로운 전리품이었습니다. 전사로서의 명예를 실추당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게 크게 분노하며 전쟁 보이콧을 선언한 뒤, 자신의 진영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습니다.
이 사건 이후, 그리스 연합군은 헥토르를 필두로 한 트로이군에게 밀리기 시작합니다. 명장 아킬레우스가 빠진데다가 최고의 신인 제우스가 트로이의 편을 들며 그리스군을 밀어부쳤기 때문입니다.
제우스를 뒤에 업고 그리스군 장수를 베어 넘기며 점점 명성이 높아지는 헥토르는 전 그리스 병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 두 가지 선택의 길 : 명예와 목숨

자신의 진영에 틀어박힌 아킬레우스에게는 두 개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어머니, 여신 테티스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이곳에 머물러 트로이의 도시를 포위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막힐 것이나 내 명성은 불멸할 것이오. 허나 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나의 명성은 사라질 것이나 내 수명은 길어질 것이고 내게 죽음의 종말이 일찍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오」


죽음으로써 불멸의 명성을 얻을 것이냐
비록 명성은 없지만 고향에서 편안한 삶을 살 것이냐.


아킬레우스의 전쟁 보이콧 선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의 손에 죽게 됩니다.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아가멤논에서 헥토르에게 옮겨가고, 아킬레우스는 다시 전쟁참여선언을 합니다.
이에 여신 테티스는 말합니다.

「아들아! 너는 단명하겠구나. 헥토르 다음에는 네가 곧 죽기 되어있으니말이다.」

하지만 죽음을 각오한 아킬레우스는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당장이라도 죽고싶어요. (중략) 이제 저는 나가겠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헥토르를 만나기 위해.」



- 명예의 회복 : 영웅이 영웅을 죽이다.


친구의 복수를 위해 아킬레우스가 전장에 복귀하자 전세가 역전되어 그리스군이 일방적으로 트로이를 몰아붙히기 시작합니다.
결국 트로이의 모든 군사들은 성안으로 도망가고 오직 헥토르만이 아킬레우스와 싸우기 위해 성문 앞에서 그를 맞이합니다.
이 일기토에서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면서 친구의 복수와 함께, 그동안 아가멤논에게 짖밟혔던 명예를 단숨에 회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호메로스는 이 일기토 장면에서 아주 특별한 비유를 사용합니다.

「마치 하늘의 별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태백성이 밤의 어둠 속에서 뭇 별들 사이로 가듯,
꼭 그처럼 그가 고귀한 헥토르에게 사악한 마음을 품었고, 오른손으로 휘두르는 날카로운 창에서는 광채가 번뜩였다.」


이전까지 저자인 호메로스는 싸우는 장수들을 주로 '동물'에 비유했습니다.

「마치 사자가 수풀 속에서 풀을 뜯는 소 떼에게 달려들어 송아지나 암소의 목을 물어뜯듯이, 튀데우스의 아들은 이들을 강제로 전차에서 밀어내어 무구를 벗겼다.」

「 어린 새끼들을 이끌던 사자가 숲 속에서 갑자기 사냥꾼을 만나 새끼들앞에 버티고 서는 것과 같이, 아이아스는 영웅 파트로클로스 앞에 버티고 섰다.」


그러나 창을 들고 헥토르에게 돌진하는 아킬레우스는 동물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태백성'입니다.
그는 헥토르를 죽이면 자신도 곧 죽는다는 신탁을 받았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헥토트를 죽인 뒤, 불멸의 명성을 얻습니다.
땅 위에서 언젠가 사라지는 동물따위가 아닌
하늘에서 항상 존재하는 별이 된 것입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죽을 운명을 받아들인뒤에야 역설적으로 후세인들 모두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영생을 살게 됩니다.




일리아스의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아킬레우스의 전쟁 보이콧부터 전쟁 복귀 후 헥토르의 사망까지 아주 짧은 기간의 사건을 다루었지만,
작가인 호메로스는 '불멸의 명성이냐 안락한 삶이냐' 라는 문제를
아킬레우스를 통해 분명한 답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 답이 옳은가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 일리아스가 전승된 것을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역시 명예에 가치를 둔 것 같습니다.)




-헥토르

아킬레우스에 대해서 길게 글을 썼지만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인물은 헥토르였습니다.
트로이인들에게 구국의 영웅이라 칭송받는 헥토르였지만, 그는 한낱 인간에 불과했습니다.
트로이의 멸망을 직감하고 괴로워하는 중에, 조국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고,
아킬레우스와의 일기토를 하기 전에는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항복을 할까 고민하기도하며, 심지어는 죽음이 두려워 도망가기도 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명예를 택한 '신의 아들' 아킬레우스와 대비되는 헥토르의 행동들에서 영웅의 '인간다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줄거리 그 외


그리스 로마신화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리아스를 읽었습니다. 인물, 신 이름이 익숙치 않고 그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신인지 배경지식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뒤에있는 인명해설, 신명해설을 계속 왔다갔다 하며 읽느라 고생좀 많이 했습니다.


인물 이름을 말하지 않고, 계속 인물의 아버지 이름을 말합니다
'아킬레우스'라고 서술된 것보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라고 쓰인게 더 많은 것 같네요
앞장 보면서 '아 얘가 얘 아들이었지' 이러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쭉쭉 읽어나가기 힘들었습니다.


힘든 책 한 권을 끝내고 나니 뿌듯하네요.
이번주 토요일에는 「일리아스」를 재구성한 영화 <트로이>를 볼 예정입니다.
어렸을 때, 한 번 봤었는데 누가 '헥토르! , 헥토르!' 하고 부르는 장면 빼고는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
아무튼 원작이랑 비교해보면서 보는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