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이 사람은 평생 3번 정도 잡지를 창간했고, 젊을 때 창간하여 운영하던 두 번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잡지의 실패는 형의 죽음과 맞물려 있었는데, 의욕만 앞서고 돈 관리에 어두웠던 도스토예프스키가 이후 수 십년 동안 빚에 시달리는 계기를 제공한 치명적인 여파를 가져 왔죠.
이후 빛에 쪼들려 도피성 출국을 하여 유럽을 떠돌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 결혼한 두 번째 부인에게 지독한 고생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죄와 벌]을 위시로 [백치], [악령] 등이 발표되어 작가로서 명성이 치솟고, 현명한 부인이 설립한 출판사업이 궤도에 올라 경제적 안정을 찾습니다.
자신의 명성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크게 오르고, 부인이 출판사를 운영하여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없게 되자... 도스토예프스키는 또 잡지를 만듭니다 - 세상사에 수다를 떠는 그런 칼럼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정제된 논설도 아니고, 치열한 저널리즘과 취재를 기반으로 한 글도 아닙니다 - 그냥 자기 마음대로 자기 생각을 시사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잡지가 [작가의 일기]였고, 도스토예프스키는 원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냅니다. 평생 소원이 자기 주장을 마음껏 쓰는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제 장치가 전혀 없이 - 부인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통해 손쉽게 잡지를 출간하다보니... 그 글의 퀄리티가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글을 왜 썼을까 싶은 글도 많습니다.
[까라마조프의 형제]와 같은 역대급 소설도 연재되었지만, 그 곁에 민망한 수준의 칼럼이 마구 쓰여져 게재되었습니다. 어떻든 도스토예프스키는 속시원하게 자기 할말 다 하면서 종횡으로 마음껏 뛰놉니다. 자기 개인 잡지이니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나오던 [작가의 일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으로 간행이 중단됩니다. 그리고 잊혀졌죠.
물론 후기 5대 대작으로 불멸의 거장이 된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따라붙었고, [작가의 일기] 역시 연구자들이 너도나도 파고들어 가지만...
대개 그냥 그렇고 그런 글들이어서, [작가의 일기]에 수록된 소설들을 따로 빼내어 읽거나 연구하지 [작가의 일기]의 칼럼은 그리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을유문화사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할 출판사는 아니고, [작가의 일기] 벽호판 번역본의 존재를 몰라서 최초번역으로 홍보하면서 책을 냈다고 생각합니다.
벽호 번역본은 500 페이지에 육박하고 신국판에 글씨도 촘촘하여 요즘 나오는 책처럼 편집하면 거의 700-800 페이지는 나올 분량인데, 솔직히 가치있어 보이는 글은 거의 없습니다.
저도 왕년에 [작가의 일기]는 왜 번역이 잘 안될까 궁금하였는데, 어렵게 나온 [작가의 일기] 번역본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별로기 때문에 잘 안나오는 겁니다.
소설작법에 관한 글은 없음?
그런 글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그 시대에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쓴 글들입니다
위 사진의 [작가의 일기] 번역본에서 건질만한 글이라면, 푸쉬킨 동상 제막식 때 도스토예프스키가 연설을 하기 위하여 준비한 원고를 글로 발표한 '푸쉬킨 론' 정도였습니다. 다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가이고 푸쉬킨은 소설보다는 본령이 시인이라고 할 수 있어서, 저 글은 근대 러시아 문학의 시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 그의 위상을 논하는 내용이지, 전문적인 문예비평과는 무척 거리가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비평가로서의 재능은 별로 없었죠. 그 밖에 [작가의 일기]에서 괜찮은 글은 대부분 단편소설들입니다 - 그 작품들은 위 번역본에 없고, [영원한 남편] 등과 같은 조금 짧은 장편소설 뒤에 부록을 붙어서 번역되어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우스운 자의 꿈', '농부 머레이' 등은 나름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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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정치적 견해나 세상사에 대한 시시콜콜한 관심이 어떤 것이었나 궁금하시다면, 읽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