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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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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런 책을 찾아서... 씹덕으로써 넘어갈 수 없었기에 읽고 감상문 올려 봄.

-책 소개
오타쿠가 쓴 오타쿠 책.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이 서브컬쳐계에 가져온 여파를 설명하는게 주된 내용. 그 뒤를 잇는 신카이 마코토, 마에다 준의 작품들, <최종병기 그녀>,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등을 통해 2000년대의 오타쿠 문화를 상세히 설명했음.
먼저, 세카이계란 무엇인가. 인싸들도 알기 쉽게 <너의 이름은>으로 예시를 들어보겠음. 시골마을에 운석이 떨어져 마을 사람들이 대거 죽음.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사고를 중심으로 한 재난 애니메이션이 아님. 타키와 미츠하의 장거리 연애(?)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됨. 타키는 미츠하를 찾으려다 마을 사람들을 구함. 어디까지나 메인 스토리는 타키와 미츠하의 로맨스이고,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인한 긍정적인 결과에 불과함. 이처럼 '너와 나'의 좁은 관계가 세상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 이야기를 세카이계라 일컬음.
<에반게리온>은 세카이계 떡밥을 뿌린 시원적인 작품이고, 더욱이 '모에'라는 개념을 등장시켜 현대의 서브컬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음.

-일본 문학의 폐쇄적 경향
이 부분은 독붕이들과 조금 논의해 보고 싶음. 일본문학 중에 사회참여를 주로 다룬 작품이 있었나? 있었다 해도 그런 작품이 많지는 않을걸로 생각함.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무라카미 하루키가 보여주는 철저한 1인칭 시점, 과잉된 자의식, 폐쇄적 인간상의 모습은 당연한 얘기고,
일본 문학의 아버지격인 소세키도 '선생님', '소스케', '다이스케' 같이 사회를 회피하고 자기 의식 속에 갇힌 인간들만을 보여주고 있음.
애당초 일본 문학의 경쟁력은 사소설과 탐미주의이고, 개인 내면 중심 서사가 주를 이뤄왔음. 박경리 식으로 말하자면, 섬나라였던 일본은 사회문제나 철학적 문제에 대해 심도깊게 탐구할 기회가 없었고, 사방이 바다인 지형처럼 개인의 내면 속에 갇힌 형상의 인물상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라고 할 수 있을듯.

-유토리 세대와 오타쿠 문화
도전을 피하고 안정된 것만을 찾으려는 유토리 세대, 외부(사회)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자기 취미에만 몰두하는 오타쿠 문화. 이들은 현대 일본을 가장 잘 시사해주는 단어들이기도 함.
오타쿠는 대체로, 애니메이션, 만화, 라이트노벨, 미연시, 아이돌 등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지칭함. 운동, 독서, 게임 등 다른 취미도 많은데 어째서 그들만을 오타쿠(집)라 지칭할까? 난 그걸 오타쿠 문화 특유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생각함. 내가 씹덕이라 그럴진 몰라도,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꽤나 괜찮은 작품이 몇 있다고 생각하는 편임. 하지만 작품성을 논하기 이전에, 사회와 현실에 대해 다룬 작품이 거의 전무함. 이건 우리나라 웹툰도 거의 마찬가지임.(물론 일본 쪽이 훨씬 더 심각하지만.) 웹툰 중에서 사회, 현실에 대해 괜찮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은 송곳, 미생 정도라고 봄. 한마디로, 씹덕물의 문제는 현실 회피 경향과 사회에 대한 무지에 있다는 것 ㅇㅇ

-자의식의 문제와 루프물
세카이계는 다자이 오사무, 무라카미 하루키, 미시마 유키오가 쌓아놓은 자의식의 탑을 이어받고 있음. 사소설처럼, 독백이 많은 형태의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것임. 에반게리온,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등등.
그리고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장르가 '루프물'임. 보통 씹덕에서 명작이라 지칭하는 작품들의 태반은 다 루프물임. 쓰르라미 울적에, air, 클라나드, 슈타게, 마마마, 엔들리스 에이트 등등. 시간이 계속해서 회귀하는데 주인공만이 그것을 의식하고, 남들은 모름. 이 장르가 어째서 자의식의 문제로 귀결되는가. 사실 당연한 논리임. 주인공은 루프를 겪으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됨. 자신과 타인의 괴리가 생기고, 끝없이 자의식에 함몰되는 구조임. 자의식 운운하기 좋아하는 씹덕계에서는 꽤나 편리한 설정인거지.

-현재 서브컬처 계의 새로운 문제점
뭐 결국은 '현실사회에 대한 이해부족'이 씹덕들의 문제다!라는 결론이긴 한데... 요즘 들어서 그런 문제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음.
저 책 보니까 <에반게리온>은 오타쿠를 양성한 애니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타쿠 문화를 비판하고 다시 현실로 나아가라고 부추기는 작품이라고 써 있더라. 신지의 모습을 '게분 나빠'라 일축하는 아스카의 모습을 통해서. 또한 전설적인 미연시 작품인 'air'도 배드엔딩을 조절하여 이런 역할을 수행했다고 분석했음. 물론 이러한 시도들은 사실상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것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그 이후에는 아예 오타쿠 문화를 긍정하는 작품들이 대거 나왔다는 점. 대표적으로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를 보자. 여기서 오타쿠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은 악이고, 오타쿠를 긍정해 주는 사람이 선으로 나옴. 기존의 복잡한 작품들과는 다른, 간단명료한 이분법적인 구조임. 한때 오타쿠들의 명언집이었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여기서 히키가야는 오타쿠 문화의 상징적인 인물이고, 그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으려 함. '진실'이니 뭐니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 현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오타쿠적인 상상의 산물일 뿐임.

더욱 무서운 점은, 이젠 자의식의 문제마저도 없는 작품들이 등장한다는 것. 케이온, 논논비요리처럼 '소년의 자의식' 문제에서 벗어나 모에만을 강조하는 작품도 많고, 라노벨은... 음 그냥 글 쓰는 법을 모르는 것 같음. 요즘 시판되는 라노벨 몇 장 읽어보면 대충 알거임.

난 씹덕 컨텐츠를 비난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님. 단지 씹덕문화가 지나치게 현실과는 동 떨어진 곳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높게 평가해줄 수 없다는 것, 오타쿠 문화는 일본 문학의 폐쇄성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고 2010년대 이후로는 아예 폐쇄성을 긍정하는 형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것. 이러한 일본의 폐쇄적 특성은 현대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 이정도가 결론이라 할 수 있을듯


P.s. 박경리의 '일본 산고'라는 책을 대출했음. 독갤 거대 떡밥 중 하나인 '박경리의 일본 디스전'에 대해 상세히 다뤄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됨. 그것도 나중에 독후감 올리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