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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억압받던 라틴 아메리카는 50년대 이후, 일명 라틴아메리카 붐을 일으키며 문학침략을 시작한다.


인디오의 복수다!


이러한 라틴 아메리카 붐은 소설 위주였지만, 사실 시에 있어서는 이미 이전부터 침략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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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오 파스와 더불어, 남미 시 문단을 장식한 거두는 역시 파블로 네루다였다. 그 또한 모더니스트였지만, 오늘 이야기할 시인은 네루다가 아니다.



사실 네루다와 더불어, 일명 남미 모더니즘 시의 양대 기둥을 장식하는 이가 한 명 있고, 국내엔 생각 외로 잘 소개가 되지 않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서구권에서는 끝없이 소개되고, 번역되고 연구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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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바로 오늘 이야기할, 페루에서 태어난 남미 모더니즘 거장 시인 <세자르 바예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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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 안데스 산맥에서 태어난 바예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지만, 어릴 적부터 시궁창이었다.


그의 부모는 11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바예호는 막내였다. 자연스레 공부도 얼마 못한 채,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해야했다.


그나마 의의는 이러한 농장에서 일하면서 농부들이 일하는 걸 목격하며 훗날의 정치적 성향 등에 기여했다는 점 정도일 거다.


그럼에도 끝내 공부는 했고, 스페인 문학을 공부하면서 바예호는 점점 문학의 길로 용케 들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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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많은 중미-남미 문인들이 그러했듯, 세자르 바예호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모데르니시모> 운동을 주창했던 루벤 다리오였다.


니카라과의 이 시인은 <모데르니시모>, 철자론 모더니즘과 똑같지만, 모던 없는 모더니즘을 주장하였다.

그는 스페인에 종속된 것이 아닌, 아메리카 대륙만의 고유적인 문학을 주장하면서 이후 사실상 우리가 아는 모든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아버지로 자리 잡는다.


참고로 <모데르니시모> 운동 자체는 유럽의 낭만주의-상징주의 운동의 짬뽕에 가까웠고, <모더니즘> 운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루벤 다리오의 영향 아래 자라난 세자르 바예호를 비롯한 후발 주자들은 이제야 진짜 모더니즘 운동을 라틴 아메리카에도 펼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삶에는 충격들이 있다, 너무나도 강력한.....나는 모르겠어!>

- 검은 전령 中



이러한 새로운 꿈을 꾸는 세자르 바예호는 삶의 고통을 호소하는 걸 시작으로, 1919년, 그의 첫 시집인 <검은 전령>을 출판한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내가 고생했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은 모르지요.>

- 같은 이야기 (tr.고혜선)



종교적이었으나, 신에게 고난을 호소했고, 고통으로 가득한 이 시집은 물론 딱히 바예호에게 돈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다른 문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친목질을 할 수 있었지만

바예호는 계속 가난했고, 연애 문제도 겪으며 끝없이 고통받았다.

페루의 도시 중 하나인 트루히요에서 모인 이른바 <북쪽 그룹>이라 불리는 모더니즘 예술가 집단에도 들어갈 수 있었느나, 그는 여전히 무명이었고, 또 가난했다.

네루다 같은 이와 달리, 세자르 바예호는 평생을 변변찮은 후원자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채, 가난으로 끝까지 고생만 한다.


자살 시도도 하고, 또 뜬금없이 방화범으로 오인되어 당국의 추적을 받기도 한다.

이런 수난 가운데에서도 3년만에 바예호는 두번째 시집을 출간할 준비를 마친다.


<트릴세>란 제목이 붙은 이 기묘한 시집은 그 제목부터 기묘했다. '트릴세'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지 않았으니까.

그의 친구 중 하나가 회고하기를, 사실 세자르 바예호는 이 시집에 다른 제목을 붙여주었으나 중간에 바꾸기 위하여 인쇄업자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책의 일부가 인쇄에 들어간 상태였고, 바꾸기 위해선, 그 당시 돈으로 그다지 비싸지 않은 3 리브라를 지불해야만 했다.

물론 바예호에겐 너무나도 큰 돈이었다. 망설이며 자신도 모르게 바예호는 '3 (tres)....3.....3.....'을 중얼거리다 혀가 꼬여 트릴세란 기묘한 음을 내뱉었고, 이를 마음에 들어, 자신의 이 두번째 시집에 <트릴세>란 제목을 지어주었다는 것이 그의 친구의 설명이다.


이러힌 기묘한 일화 만큼, <트릴세>는 너무나도 파격적인 시집이었다. 오늘날까지도 남미 아방가르드 문학에서 동시대의 모더니스트 비센테 우이도브로의 <알타소르>와 더불어, 대표적인 시집으로 남아있는 만큼 난해하고 실험적이며 파격적이었다.

기묘한 시어들.
때론 바예호가 임의로 바꾸는 철자들이나 글자의 모양, 혹은 숫자들을 시어로 삼는 등의 기묘한 실험. 자신의 연애사를 중심으로 하는 성적 은유들.
그러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서정성.

<이름을 부르며 어둠 속에서 더듬대며 찾는다.
나 이렇게 혼자 내버려두면 안 돼,
나만 혼자 가둬두면 안 돼.>
- 트릴세 3 (tr.고혜선)

0을 줘도 안 된다, 1을 깨워서
서게 할 때까지는 굳게 침묵할 터이니.>
- 트릴세 5 (tr.고혜선)


물론 <트릴세>는 오늘날 바예호를 전설로 만들어주는데 일조했지만, 당대엔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으로 혹평을 받고, 그대로 망한다.



<트릴세> 출간 직후, 계속 쫓기던 바예호는 라틴 아메리카에도 염증이 났고, 또 스페인 유학도 꿈꾸었기에 그대로 1926년, 유럽, 파리로 넘어간다.
페루에선 방화범으로 여전히 오인되었기에 체포영장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바예호는 유럽에서도 여전히 고난받았고, 가난했다.

소련에도 관심을 가지며 소련 방문을 하기도 하였지만, 이 점때문에 프랑스 당국에서 문제가 되어 강제 추방을 당했고, 결국 스페인으로 간다.


물론 스페인에서도 여전히 가난했고 고난받았다. 로르카 등과 친분을 쌓기도 하였고, 다시 파리로 가서 어떻게든 먹고 살고자 노력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스페인 내전이 일어났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 바예호 또한 이 전쟁에서 큰 관심을 가졌다.
무엇보다 그의 친구였던 로르카가 프랑코군에게 살해당한 것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이에 바예호는 오늘날 <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잔을 거두어다오>란 제목의 시집을 이루는 시들을 써내려갔지만, 그 와중에 건강은 악화되었다.

결국 그대로 1938년, 46살의 나이로 가난 속에서 세자르 바예호는 죽었다.


물론 그의 사후 그의 유고 시집들이 출간되고, 그는 급속도로 거짓말처럼 재평가되면서 <단테 이후 가장 위대하고 보편적인 시인>, 등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페루 문학의 자존심으로 남는다.

물론 바예호에겐 모든 것이 고통 뿐이었지만.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항상 산다는 것이 좋았었는데,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 전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내 말 뒤에 숨어 있는

혀에 한 방을 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tr.고혜선)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바예호 시선집으로 한국 독자들도 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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