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책 산지는 몇 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완독은 이제야 끝냈다니.... 너무나도 게으른 삶이었다.
암튼 《러셀 서양철학사》를 다 끝냈다. 처음에 이 책 살 때는 초심자는 읽으면 안된다, 너무 오류가 많다, 러셀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득하다 등등 여러 안 좋은 평들이 많긴 했는데 일단 다 읽은 지금으로서 얘기할 수 있는건 확실히 객관적이고 정보 전달적인 철학사라기 보다는 러셀이 자기 식으로 해석한 철학사라 본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일단 서술한 철학자들 목록만 봐도 대부분 철학사에서 다루는 하이데거같은 사람들은 빠져있는 반면에 바이런과 같이 누구도 철학자로 생각 못한 사람이 껴 있기도 하다. 거기다 기본적인 구조가 철학자의 인생-사상-그에 대한 비판 이런 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철학의 역사라기 보다는 러셀이 선대 철학자들과 지식 배틀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마지막 장이 러셀의 홈그라운드인 논리분석 철학인데 이 파트에서 러셀의 서술을 보면 마치 자신의 분야에 대한 학문적 정당성을 위해 수천 년 철학의 역사를 희생시킨 느낌이다. 마치 "이러이러한 철학의 역사에서 다양한 오류들이 있었지만 논리분석철학은 이 모든 것을 말끔히 없애줍니다! 아닐 수도 있고...." 이런 얘기를 하는 듯 하다.
즉, 이 책으로 철학사에 대한 기초를 잡겠다 하면 그다지 추천을 하고 싶지는 않다(근데 사실 나도 제대로 된 철학사 읽은 적이 없어서 확고히 주장할 수 있는건 아니고....).
거기다 몇 가지 사소한 점만 짚고 넘어가자면 우선 고대 중세 철학 파트가 너무 재미가 없다. 읽은 시기만 봐도 중세 파트까지는 거진 두 달이 걸렸는데 근현대 파트는 한 달도 안되서 독서를 끝냈다. 뒤로 갈수록 러셀의 비판이 거세져서 재밌다고 느낀 것일 수도 있으나 고대중세 파트가 뒷부분에 비해 무미건조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또 어떤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명확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읽는 도중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하다. 다만 이 점은 앞으로 다른 철학사를 읽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객관성의 결여와 지나친 주관성으로 인해 이 책이 부적절한 책인가 한다면 나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물론 러셀의 입장에서 서술한 자의적인 철학사이기는 하나 그래도 기본적인 정보 제공의 역할은 수행하고 철학자 별로 자신의 비판을 얘기함으로서 나름의 균형은 맞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반 이후부터의 얘기긴 하지만, 재미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어렵기로 소문난 철학자들, 칸트와 헤겔 등의 사상이 나름 재미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착각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러셀의 태도는 소설가인 밀란 쿤데라와 비슷하다. 쿤데라 역시 러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설들에 예술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주류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소설사를 꾸린다. 그러나 차이점이라면 쿤데라는 그나마 주관적 해석이 어느 정도 지배하는 예술의 영역이지만 러셀은, 특히 자신이 책에서 끊임없이 얘기했 듯, 객관성을 추구해야 할 학문의 영역임에도 상당한 정도의 주관성이 함유 되었다는 점에서 반성을 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확실히 《러셀 서양철학사》는 대다수의 학자들이나 학생들이 인정할 주류의 철학사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이건 러셀이 주장하는 자기만의 철학사다. 그러나 그것이 책의 무의미성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철학사라긴 하나 그것을 통해 러셀은 자신의 학문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철학의 목표를 명확히 규정한다. 비록 개인적인 의도에 가까우나 그러한 의도로서라도 철학사를 연구했고 새로운 저술을 냈다는 점에서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도 동감합니다
철학사 입문서로는 부적절하지만 초기 분석철학적 시선에서 보는 철학사라는 의미는 있는듯... 그리고 하이데거 같은 애들이 빠진 건 아마 러셀 본인이 당대 대륙철학에 거의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거예요
예전에 갤에 추천글로 올라온 ‘소크라테스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를 읽어봐야 겠네요...
대체 님이 고대 중세가 재미없다고 하시면 얼마나 재미가 없는거에요? 저는 재미없어서 토할정도일듯
날 뭐라 생각하는거야;; 사실 고대중세 철학이 좀 생소해서 그렇게 느꼈던 거 일 수도 있고....
하드코어하고 재미없는거만 찾아서 읽는 사람이잖아요.. 오히려 이글보고 소크라테스부터 포스크모더니즘까지가 더 끌리네
??? 여린 독붕이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