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코프....너....설마 아직도?"
"반동인건가.....야래야래 쇼가나이나~"
"원고 20년간 압수."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더불어, 20세기 러시아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러시아 모더니즘의 체고존엄 중 하나인 미하일 불가코프는
1891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물론 이 당시엔 러시아 땅이므로, 러시아인이다.
불가코프는 어릴 적부터 문학에 관심을 보이지만, 의대를 간다.
수많은 의사-작가들처럼, 그의 선배 체호프처럼 불가코프 또한 의사-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불가코프는 러시아인이었다. 아니, 20세기 초반에 활동을 해야하는 러시아인이었다.
곧 수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불가코프 또한 혁명을 목격했으며, 적백내전, 즉 볼셰비키 적군과 이를 막으려는 백군 사이의 내전의 한복판에 버려지게 된다.
불가코프 본인은 의사였으므로 군의관으로 적백내전에 참여하게 된다. 그의 고향 키에프 우크라이나 또한 이런 전장의 한복판이었으므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불가코프와 그의 가족들은 라인을 잘못 타게 된다.
물론 정치적 성향 등 어쩔 수 없었지만, 불가코프 본인도 백군파에서 군의관으로 군무하고, 그의 가족들 대부분이 백군에 참전하게 된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적백내전은-----
개조 사이보그와 곰 드루이드를 앞세운 트로츠키의 붉은 군대는 적백내전에서 백군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다.
이에 볼가코프의 일가친척들은 죄다 러시아를 떠나 망명을 떠난다. 러시아에 머물러봤자 죽을 게 뻔했으니까.
오직 불가코프만이 그대로 러시아에 그냥 남았다. 그 후 불가코프는 다시는 자신의 가족을 보지 못한다.
사실 불가코프 개인의 건강 문제가 컸다.
적백 내전 당시 불가코프는 군의관으로도 일했지만, 자신의 글에 대한 흥미로 저널리스트로도 활약했는데, 도중에 티푸스에 걸렸고, 그 덕분에 건강상의 이유로 장기간의 여행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불가코프는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겪진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백군 경력은 불가코프의 최대의 약점 중 하나로 길이길이 남는다.
적백내전이 끝나고, 이제 소비에트는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여러 준비를 하였으며 건강상의 이유로 불가코프도 의사를 관두고 글에만 전념하기 시작한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여러 소설들을 출판하기 시작한다.
그는 환상과 리얼리즘을 교묘하게 섞으면서, 개에게 인간의 심장을 이식한다는 <개의 심장> 같은 풍자스러운 소설들을 발표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그의 장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불가코프는 희곡에도 관심을 가졌고, 1922년부터 희곡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불가코프는 '그새끼'를 만나게 된다.
"불가코프는 이오시프가 지켜줄게."
스탈린과 불가코프의 관계는 참으로 기묘했다.
사실 이건 스탈린 개인의 기묘함 때문이었다.
조지아의 인간백정은 알다시피 나름 문학적인 재능이 있어서 혁명에 뛰어들기 전, 청년 때는 조지아 문단에 시인으로도 등단을 했었다.
미래주의를 혐오하던 레닌과 달리, 미래주의를 나름 고평가하기도 했으며, 취향 자체는 사실 보수적인 쪽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생각 외로 전위적이나 새로운 예술가를 보는 안목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고, 자신의 고향 또한 냉혹하게 숙청하는 인간 백정에게 자신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예술가들은 말 그대로 좋아만해주는 대상이었다.
여기엔 불가코프도 포함되어있었다.
스탈린은 개인적으로 불가코프와 그의 희곡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불가코프가 백군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 <백위군>을 스스로 희곡으로 각색한 <투르빈 가의 나날들> 같은 경우,
스탈린은 최소 15번 같은 공연을 보면서 매우 좋아했다.
그러면서 불가코프를 비판하는 작가동맹의 맹렬한 비난에도 불가코프를 일단은 지켜만주었다. 그래, 지켜만주었다.
"불가코프짱.....또야...? 살려는 드릴게."
물론 그렇다고 불가코프의 반동적인 작품들이 검열되거나 공연되지 못하는 걸 막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론 즐겼다.
자연스럽게 불가코프 본인은 너무나도 괴로워했으므로 끝내 스탈린에게 편지들을 보내며 하소연까지 하게 된다.
이에 스탈린은 직접 불가코프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모스크바 극장 일자리를 알아봐주는 것은 전설적인 실화다.
불가코프를 향한 스탈린의 사랑은 대숙청에서도 불가코프의 목숨만은 지켜주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검열되고, 소비에트에서 추방되었으며, 작가로서 불가코프의 커리어는 사실상 끝장났고, 불가코프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지만.
참으로 기묘한 애정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이런 숨막히는 삶 속에서 불가코프는 남몰래, 자신의 걸작 장편을 써내려갔다.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를 대놓고 풍자하고 조롱하는 작품이었고, 당연히 발표할 수 없었다. 아니, 존재가 들키는 순간, KGB 요원들이 그의 집문을 두들길 것이 뻔하였다.
두려움에 원고를 스스로 태우고, 다시 쓰기도 하며, 건강이 점점 악화되고 자신의 최후의 희곡마저 공연되지 못한 채 침묵을 강요받은 불가코프는 모든 삶을 이 마지막 원고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불가코프는 스탈린 시대 러시아에 악마가 찾아와 사람들을 조롱하고, 예수에 관한 글을 쓰는 한 작가와 그의 연인에 관한 이 이야기가 자신의 걸작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 원고가 출간될 수도 있을 거란 희망을 가졌으며, 동시에 영원히 출간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졌다.
<어쩌면 어떤 부분은 다시 쓸지도 모르지...
"하지만 원고의 미래는요?" 당신이 물었지. 나도 모르겠어. 어쩌면, 당신이 서랍장 한 구석에 이 원고를 보관할지도 모르지, 내 '살해당한' 희곡들 옆에 말이야,
그러면 가끔씩은 그게 당신의 생각 속에 머무를 거야. 그 후엔, 당신도 미래를 모르겠지.
이 책에 대한 내 판단은 이미 이루어졌지만, 내 생각에 이건 한 서랍장의 어둠 속에서 숨겨지기를 원하는지도 모르겠어.">
- 불가코프,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카짓에 대한 혐성을 경고하는, 몇 번을 불태우고, 몇 번을 다시 쓴 이 원고를 지인들에게 처음으로 낭독했을 때, 불가코프는 흥분하며 출간하고자 사람들을 찾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모두가 침묵했다.
끝내 불가코프는 이 원고를 그대로 어둠 속에 놔둔 채, 1940년, 2차 대전이 일어나는 와중에 세상을 떠난다.
그 후 이 원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뭐라고, 뭐라고요? 누구에 대해서?” 볼란드가 웃기를 멈추고 말했다. “정말입니까? 이거 충격적이군요! 다른 주제는 찾아낼 수 없었습니까? 한번 읽어 보게 해 주십시오.” 그는 손바닥을 위로 해서 손을 내밀었다.
“유감스럽지만 그건 안 됩니다. 난로 속에 던져 태워 버렸거든요.” 거장이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믿을 수가 없군요.” 볼란드가 대답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원고는 불타지 않아요.”>
- <거장과 마르가리타>
사실 불가코프 본인은 이 원고가 어쩌면 영원히 사라질디 모른다고 직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위로하듯, 자신의 자전적인 작가 주인공의 태워버린 원고 앞에 악마를 등장시켜,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기도 하였다.
악마의 손이라도 빌리지 않는 한,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고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자조적인 희망처럼, 불가코프의 원고는 불타지 않았다.
그가 죽은지 20년이 흐른 1960년대부터, 불가코프의 전설적인 원고는 <거장과 마르가리타>라는 제목 아래 소비에트 내부에서 비밀리에 유통되기 시작하였고,
끝내 동구권을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퍼져, 완전한 형태의 책이 출간되고, 오늘날까지 <닥터 지바고>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의 걸작 장편이자 러시아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널리 읽혀진다.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토끼공듀의 삶
모더니스트의 선조들
멋지네
모르핀 하나만 읽어봤네
불가코프는 백위군이지
저 거장과마르가리타인가 저거에 관련된 괴담 어디에서 들었던것같은데
너무 멋있어 존버는 승리한다 - dc App
헐 아이피 똑같네
넘모좋아
개의 심장 뇌 이식하는거 아니였나? 나중에는 다시 개로 바뀌고
개잼슴 - dc App
이야 뽕 졸라 찬다 멋지다
영상물 파워가 명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죠. TV드라마가 너무 크게 히트해서, 한국 TV뉴스에 소개될 정도였습니다. 그 전에는 좋은 작품 정도로 이야기 되었는데, TV드라마가 시청율 59%라는 엽기적인 기록을 수립한 후 20세기 최고작으로 레벨이 격상되더군요
http://mn.kbs.co.kr/mobile/news/view.do?ncd=815949
왕년에 쓴 불가코프 작품들 감상글 링크
https://m.dcinside.com/board/book/639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