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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루쉰 소설 전집
저자 : 루쉰
역자 : 김시준
출판사 : 을유 문화사


루쉰은 중국의 사상가이자 작가이다.

그의 꿈은 원래 의사였다. 아버지를 비롯해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사망한 민중들을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희망찬 꿈을 가지고 간 일본유학에서 그는 끔찍한 영상 하나를 보게된다. 강의가 끝나고 교수가 틀어준 영상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있었다.
참수를 당하려는 중국인 한 사람이 가운데에 묶여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건장한 체격이었으나 무감각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그들은 단지 참수라는 행사를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루쉰은 의학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매한 국민은 아무리 건장하더라도 보잘것 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관객이 될 뿐이었다.
루쉰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일은 몸을 고치는 일이 아닌 정신을 고치는 일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고치는 방법중 제일은 문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글을 모아 「신생(新生)」 이라는 이름의 잡지를 내기로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신생」의 실패로 루쉰은 회의을 느꼈다.
무엇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아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중국인들을 본 루쉰은, 친구 '진신이'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령 말일세. 쇠로 된 방 인데 창문도 전혀없고 절대로 부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하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깊히 잠들어있네. 그러나 혼수상태에서 죽어 가므로 결코 죽음의 비애같은 걸 느끼지 못할 걸세. 지금 자네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면 비교적 정신이 돌아온 몇 사람은 놀라서 깨어날걸세. 자네는 이 불행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구제될 수 없는 임종의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이 미안하지 않다고 여기나?"

진신이는 이러한 루쉰에 회의에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몇 사람이 깨어 일어난다면, 이 쇠로 된 방을 부술 수 있는 희망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걸세"

이 말을 들은 루쉰은 다시 펜을 잡고 「신청년」이라는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것이 그의 첫작인 「광인일기(狂人日記)」다.

또 루쉰은 그의 단편을 모아 소설집을 만들고 <납함(呐喊)>이라는 이름을 붙혔다. 납함은 '소리친다' 라는 뜻인데 쇠로 만들어진 방안에서 소리를 쳐, 사람들을 깨우겠다는 의지를 담고있다.

-<납함>의 「자서(自序)」





「광인일기」

한자를 풀어보면 '미친사람의 일기'라는 뜻이다.
피해망상증을 겪은 사람이 쓴 일기를 통해 당시 중국사회에 만연해있는 썩어빠진 유교사상을 비판한 글이다.

일기의 주인공은 어느날 역사책을 펼쳐보았는데 페이지마다 온통 '仁義道德(인의도덕)'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아서 다시 그 책을 펴서 읽는데 '인의도덕'이라는 네글자 사이에서 '食人(식인)'이라는 단어를 찾아낸다. 책 전체가 온통 '식인'이었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4천 년 동안 수시로 사람을 잡아먹던 곳, 나도 여러 해 동안 그 속에서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오늘에야 비로소 명백히 알았다.
(중략)
사람을 먹어보지 않은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자...」

루쉰이 볼때 유교의 인의와 낡아빠진 도덕은 중국인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걸 타파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계속 쇠방에 갇혀 아무 것도 모른채 죽어갈 것이다.




「아Q정전」


이 소설에서 노쉰은 아Q라는 인물을 통해 중국 민중들을 나타내었다.
아Q는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지만,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하다.
모욕을 당하면 뒤돌아서 정신승리를 하며 스스로 만족하지만, 앞에 약자가 보이면 폭력과 희롱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는 곧 패배를 승리로 전환시켰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힘껏 자기 뺨을 두 차례 연거푸 때렸다. 얼얼하게 아팠다. 그제서야 그는 마음이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때린 것은 자신이고, 얻어맞은 것은 또 다른 자신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후 그는 자기가 남을 때린 것 같이 몹시 만족하여 의기양양해 드러누웠다.」

이와같은 아Q의 정신승리에서는 비단 중국 민중뿐만 아니라 망국의 길 앞에서도 자존심만 비대했던 중화사상에 찌든 청나라를 상징하는 것 처럼 보인다.


소설 마지막부분에 아Q는 도둑으로 몰려 총살을 당한다.
이에 미장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물론 모두들 아Q를 나쁘다고 말했다. 총살당했다는 것은 그가 나쁘다는 증거이다. 그가 나쁘지 않다면 무엇때문에 총살을 당했겠는가?
그러나 성안의 여론은 오히려 좋지 않았다. 그들의 대부분은 불만이었다. 총살은 목을 배는 것보다 재미가 없으며 더구나 어떻게 되어먹은 자인지 웃기는 사형수라는 것이다.」

노쉰은 '국가가 그렇다면 그런거야'라는 중국인의 썩어빠진 노예근성과 우매함, 남의 불행을 보고 오히려 즐기려고만 하는 타락한 도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고사리를 캐는 사람(采薇)」



<고사신편>은 루쉰이 중국의 고전들을 재해석한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는 소설집이다. 그래서 이 단편은 <납함>이 아닌 <고사신편>에 수록되었다.

「고사리를 캐는 사람」은 사마천의 「사기」 <백이열전>
을 재해석했다.

고죽국의 왕자인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 서백창이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갔으나, 이미 서백창은 죽고 없었다.
서백창의 아들인 주무왕(周武王)이 아버지의 상중에 은나라 주왕(紂王)을 치려는 것을 보고 놀란다.
백이와 숙제는 주무왕의 군대행렬을 가로막고 말을 한다.

'부모의 상중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주(周)는 신하의 나라인데 어찌 임금의 나라를 치느냐'

그리고 백이와 숙제는 평생 주나라에서 나는 음식은 먹지 않기로 맹세를 한 뒤,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으며 목숨을 연명한다.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고사리를 먹다가 결국 죽는 것으로 결말이 나지만 루쉰은 한가지 이야기를 추가한다.

평소와 같이 고사리를 먹고 있던 어느날
한 여인이 그들에게 찾아와 비수와 같은 한마디를 던진다.

"'하늘 아래 임금에 땅이 아닌 곳이 없다'고 하는데 당신들이 먹고 있는 고사리인들 설마 우리 성상폐하의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손에 잡고 있는 고사리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죽을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하늘에서 백이와 숙제를 불쌍히 여겨 암사슴을 내려 보내 젖을 먹여주도록 한다.
그러나 암사슴의 젖을 먹고 기운을 차린 백이와 숙제는 고기가 먹고 싶어 암사슴을 잡아먹으려 한다.
이에 노한 하늘이 암사슴을 불러들이고, 백이와 숙제는 결국 굶어 죽고 만다.

루쉰은 충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백이와 숙제를 쓸데없는 명분에 붙잡혀 살다가 위선적 행위까지 벌이는 찌질한 인물로 묘사한다.

루쉰이 실없는 유교사상을 얼마나 혐오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물론 문화대혁명으로 와장창)



낡은 유교사상과 중국인의 우매함을 꾸짖으며, 당시 중국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루쉰.
루쉰이 사망하고 9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뭔가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급하게 마무리함.
「니코마코스 윤리학」읽다가 머리라도 식힐 겸, 가볍게 읽으려고 「루쉰 소설 전집」을 집었는데, 생각할 것이 더 많아져 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