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결국 그곳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섭다 마음이 무섭고 몸이 무섭고 트고 피고 언제나 저절로 흐드러지다가 바람 불어 지는 마음 꽃잎 꽃잎, 그대가 무섭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하나의 고요한 세상을 지니고 있으니,
무섭다 그러나 나는 나를 이끄는 매혹에 최선을 다해 복종하였으므로 고요한 세상에 피고 지는 아름다운 모반을 주시하였다 그대가 처연히 휘날려 몸과 마음이 어지러울 한번도 나는 여름 가을 겨울 흘러가는 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기억을 만나면 기억을 죽이고 불안을 만나면 불안을 죽이고,
그러므로 이제 눈과 코와 입과 귀를 막아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시길 그대에게 익숙한 세상으로 나를 인도하여 그대 몸과 마음에 피고 지는 싹과 잎과 꽃이 되게 하시길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고요한 세상을 처연히 흩날리도록, 몸과 마음의 꽃잎 꽃잎 피고 지는 그곳에 기다리는 아무도 없을지라도.
- 꽃잎, 꽃잎, 꽃잎, 이장욱


일단 나는 지금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