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수였다.
그는 형장에서 다른 사형수들과 함께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 집행은 세 명씩 조를 이루어 이루어졌다.
방식은 총살.
도스토예프스키는 두번째 조였다.
첫 조 세 명의 형이 집행되었다.
드디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차례가 왔다.
첫 세 사형수의 시신을 수습하고 다음 조의 집행을 준비하는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10분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머리 속에는 인생의 모든 기억이 빛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이미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비롯하여 두뇌의 모든 작용이 죽을 힘을 다해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시간을 아껴야 했기에 도스토예프스키는 10분을 천 년처럼 사용했다.
형이 집행되기 직전, 그는 극적으로 감형 받는다.
사형은 유배형으로 낮추어졌고, 그는 시베리아의 유배지로 떠나게 된다.
이후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은 그 사형 집행 직전의 순간처럼 쓰여진다.
사전만큼 두꺼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우리말 번역본으로 1500쪽 정도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단 사흘 동안 일어난 일이다.
우리말 번역본 1000쪽에 가까운 <죄와 벌> 역시 단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실제로 그 기간 동안 벌어진 모든 일을 다 기록한다고 해도 도스토예프스키의 글보다는 짧을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시간은 너무나 빨랐고, 그래서 글은 너무나 느려졌다.
꽤 감명깊게 읽었었어
오... - dc App
아...
이거 추천 주지 마 내가 쓴 글도 아니고 내가 처음으로 올린 것도 아니야
제가 저 글을 읽고 슈테판 츠바이크를 떠올렸던 것이... 실제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 중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 집행장에 끌려간 와중에 사면령 들고 특사가 말을 달려오면서 집행이 정지되는 내용을 다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일부러 그 글을 운문으로 썼죠 - 윗 글과 비슷하게 말이죠.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와중에 담담히 세 가지 일을 했는데... 1) 우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에게 은혜를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2) 그 다음 자신이 저지른 후회할만한 일들과 죄악에 대해 참회하면서 신께 속죄하는 기도를 드리고, 3)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대지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러시아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되새겼다고 합니다. 그런 것이죠
제가 처음 저 글 쓴 사람인데요, 저는 러시아 문학 전공한 이현우(필명 로쟈)가 이야기했던 걸 제 나름대로 재구성해서 다시 쓴 거랍니다. 실제로는 gksrud님이 덧글로 단 츠바이크가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서 쓴 글이 맞을 거예요. 저는 <죄와 벌> 읽으면서, 실제로는 길지 않은 시간에 일어난 일인데 왜 이렇게 글이 길어질까, 도끼는 왜 그렇게 길게 서술했을까를 상상해보았습니다. 로쟈가 말한 것을 떠올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