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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아방가르드.


20세기 초, 격동의 러시아에서, 혁명으로 새로운 국가가 탄생하는 와중에도 예술가들은 말 그대로 미래적인 이상을 꿈꾸었다.


낙후된 러시아 환경 속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고 미래주의적인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대거 나타났다. 이들 중 몇몇의 이름을 이미 이 이야기에서도 다루었다.


대표적으로 마야꼬프스키와 미래주의자들이 있었다.


단순히 문학 뿐만 아니라, 연극, 무용, 미술, 건축, 음악 등 예술 전방위 분야에서 이제까지 없던 소비에트 건설과 함께, 러시아의 예술가들 또한 새로운 아방가르드를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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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을 처맞기 전까진.



이쯤되면 정들 거 같은 이 인간백정 뇌절이 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응 20세기 러시아 예술에서 안 빠져~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등장할 예정이니 그만 포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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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비에트 건국 이후, 공을 세운 예술가들이 자연스럽게 반동이 되는 것은 예정된 일일지도 모른다.


일단 '아방가르드'이지 않는가? 기존의 체제엔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새롭게 안정되어가고, 변질되어가는 소비에트에선.


이러한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몰락의 징조는 이미 있었다.


운 좋게도,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대가 중 한 명이었던 작가 벨리미르 흐벨브니코프는 1922년, 병으로 운 좋게 세상을 일찍 떠나고 만다.


36살의 죽음이었지만, 어차피 몇 년 더 살았으면 더 험한 꼴을 당했을 테니까 호상이었다.



그러나 미래를 모르는 당시 젊은 예술가들에겐 충격이었다.


이대로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무너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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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벨브니코프의 의지를 이어받아, 우리 모두 하나로 뭉칩시다!"


19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다닐 하름스는 그러한 최후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 중 하나였다.


어린이들을 위한 시와 동화를 쓰는 일거리를 맡았지만, 그는 '어른들을 위한 예술'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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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뜻이 맞던 알렉산드르 브베덴스키 등 예술가 동지를 모아,아방가르드의 정신을 계승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마야코프스키와 흐벨브니코프로 대표되는 러시아 미래주의와 아방가르드 1세대 작가들의 뒤를 이어 나타난 2세대 작가들이었다.



오늘날 최초의 부조리극 중 하나로 평가받는 <엘라자베타 밤>을 발표하는 등, 다닐 하름스를 비롯한 동지들은 아방가르드의 유지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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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동지들과 함께, 오늘날 <오베리우>, 혹은 <진실된 예술 동맹>을 결성하며 새로운 러시아 미래주의와 아방가르드를 펼칠 것이라고 선언한다.



사실, 하름스의 이러한 행동은 말 그대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정신에 가까웠다.


이미 1930년, 마야코프스키는 영문 모를 자살을 했고, 소비에트의 분위기 또한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모든 이들이 느낄 수 있었다.


하름스는 모든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한데 뭉치며 진실된 예술을 위해 일할 것을 외쳤다.



<오늘 나는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다.>

 -다닐 하름스, 청색 노트 中


오늘날 <오베리우>는 최후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왜 최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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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소, 고맙소 동무들. 뭉쳐있으니까 숙청하기 편해졌소."



1931년, 다닐 하름스는 그의 동화가 반-소비에트적이란 이유로 고발되어 쿠르스크로 추방된다. 다른 오베리우의 예술가들 또한 비슷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이미 1930년대부터 소비에트는 사회주의 예술과 문학을 원했고, 아방가르드 같은 불순한 것을 원치 않았다.


다닐 하름스는 이런 유배 생활 속에서도 동화 작업을 하는 것 밖에는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까지 러시아에서조차 하름스는 동화 작가로나 이름이 알려졌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1936년 대숙청이 일어났고, 말 그대로 모든 것은 끝나고 만다.


 <오베리우>는 짧은 기간 동안 지속되었고,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끝을 알린 최후의 운동으로 오늘날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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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동화책들을 쓰며 삶을 연명하던 다닐 하름스는 그 후 2차 대전이 일어나자 레닌그라드에서 다시 투옥된다. 

같이 잡힌 그의 친구이자 오베리우를 이끌었던 동지 브베덴스키는 그 해 감옥에서 병으로 옥사하였다.



다닐 하름스는 형벌부대로서 전장에 나갈 것을 명령받았으나 거세게 저항하였고, 이에 다시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1942년, 레닌그라드 공방전에 일어나던 레닌그라드에서 소비에트의 반동은 감옥 속에서 굶어죽는다.


그의 노트와 유고들은 그의 친구와 가족들이 몰래 숨겼고, 오늘날에야 다시 최후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오베리우>와 다닐 하름스는 알려지게 되었다.



<눈도, 귀도 없는 붉은 머리 남자가 있었다. 사실 머리카락도 없었으므로 붉은 머리는 그냥 이름 붙였다.

그는 입이 없었으므로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코도 없었다. 심지어 그에겐 팔다리도 없었다. 그는 내장이 없었고, 등도 없었으며 척추도 없었고, 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사실 우리는 우리가 무얼 이야기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니 그에 대해선 더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을듯하다.>

-다닐 하름스, 청색 노트 no. 10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하름스의 경우 작품 선집이 소개된 적도 있으므로 언젠가는 다시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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