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서니엘 호손, <주홍 글자> 읽은 소감

 

유토피아에는 묘지와 감옥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죄를 짓고, 누구나 죽게 되니까.

감옥은 죄가 있어서 지어지며,

죄는 도덕이 있어서 성립하고,

도덕은 문명이 있어서 존재한다.

반대로

감옥은 죄를 낳고,

죄는 도덕을 성립시키고,

도덕은 문명을 이룩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근원적인 기준을 바로 금기, 특히 근친상간의 금기로부터 찾았다. 

근친상간 금기라고 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며 이 금기가 가족제도를 성립시키고 도덕과 문명을 이룩하도록 하는 가장 기초적인 죄악이라는 것이다.

 

<주홍 글자>. 

막장 중의 막장, 개막장 이야기. 

늙은 의사와 결혼한 유부녀가 젊은 목사와 바람을 피우고 애까지 낳아서 기른다. 

유부녀는 천하의 못된 년으로 동네에 소문이 나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이고, 애 아빠인 목사는 끝까지 모른 척 잡아 떼며 자신의 도덕적 명성을 위선으로 가린다. 

바람난 여편네의 남편은 다 알면서도 끝까지 모른 척 잡아떼며 아내와 목사를 죄어든다. 

다시 요약하자면 이 소설은 목사랑 바람나서 애까지 낳은 여인이 남편에게마저 버림 받고 싱글맘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서로 사랑했을 뿐이다. 

이게 죄가 된다는 말인가? 

헤스터와 딤스데일은 유부녀와 목사이기 이전에 그냥 여자이고 남자다. 

그래서 서로 사랑했다. 

사랑도 죄가 되나. 

둘은 서로를 육체적, 사회적 욕망의 도구로 이용한 것도 아니다. 

정말 순수하게 사랑했고, 육체적 결합은 그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행동일 뿐이었다.

에덴의 이브와 아담에게 죄가 있다면 헤스터와 딤스데일처럼 서로릉 사랑한 죄. 

진정한 인간이 되려면 신이 만든 도덕을 거부하며 죄를 짓고 자유라는 형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헤스터와 딤스데일의 이야기를 다시 홍상수와 김민희에게로 비추어본다.

개인적으로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랑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로 사랑했으니까, 남들이 다 하지 말라는 일인 줄 알면서도, 불륜인 줄 알면서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로 사랑하니까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욕을 먹는 줄도 알고 힘든 일인 줄도 알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는 것도 알지만 어쩌겠는가, 감정이 그런 것인데.

 

남의 병으로 먹고 사는 의사.

남의 죄로 먹고 사는 목사.

남의 싸움거리로 먹고 사는 변호사.

호손은 이 셋이 모두 하기 싫어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