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이런 거 




모나드 / 정원숙




검은 구름이 몰려옵니다. 창문이 없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다. 세상엔 창문 같은 건 없었나 봅니다. 이 글쓰기를 지연해야 할까요? 온종일 검은 흙을 토해내는 천장, 날개 잃은 새들의 노래 소리, 밤하늘의 별들이 떨어져 이마에 핏물이 흐르는 소리 들립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거기가 어디냐고 따지든, 난 뿌리째 가득합니다. 주머니가 없는건 내 잘못이 아닙니다. 세상엔 주머니 같은 건 없었나 봅니다. 이 텍스트를 포기해야 할까요? 보세요. 주머니가 없어도 나는 상상으로 아기를 낳고 상상으로 아기를 사산합니다. 완전한 복화술을 익히면서 완전한 식물성을 탐구하면서 정의도 사상도 검은 흙 속에서 골라냅니다. 손톱으로 짓이겨 없애버립니다. 손목에 돋아나는 정맥들의 인사,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깨끗하게 지워질 날이 가까워옵니다. 죽어서 사는 것보다 살아서 죽는 것이 찬란하다고 썼던 걸 지워야 할까요? 아닙니다. 고백은 텅 빈 것입니다. 고백 같은 건 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섭지 않아요. 두렵지 않아요. 창문은 원래 없었고 깨진 유리 조각도 애초에 없었습니다. 구속하고 인내하고 굶으면서 골똘히 생각이라는 물질을 만집니다. 마음의 창문을 부숴야 할까요? 어디로 나가야 할지 나에게 묻지 마세요. 나는 온통 젖어 있고 뿌리째 아득합니다. 주머니가 없는 건 내 잘못이 아닙니다. 고백 같은 건 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원숙, 『수요일의 텍스트』 , 천년의 시작, 2016, 13~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