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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이라는 말을 일상 생활 중에도 많이 듣지만, 그 현대라는 게 대체 언제부터를 말하는 건지 생각해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당연히 현대의학 이전의 의학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리가. 한 번이라도 거기에 의문점을 갖게 된 건, 조금 뜬금 없지만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논문 <제멜바이스>를 읽었을 때였다. 그 글을 읽게 된 이유조차 책에 묶인 다른 글을 보고자 했던 것이니 의도는 더 돌아간다. 하지만 어쨌든 그 이야기를 하자면, 논문 제목이 보여주듯 그 글은 의사 제멜바이스에 대한 글이었다.



제멜바이스는 산욕열로 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사람으로서 유명한데, 그 방법이라는 것이 지금 듣기에는 참 황당하다. 손씻기였다. 그것도 환자나 일반인들이 아니라, 애를 낳도록 도와주는 의사들의 손을 말이다. 그리고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도 의사들이 따르지 않았다는 점과, 간호사들은 경험 상으로 그걸 알고 전부터 손을 씻었었다는 점이다. 글에서 제시한 한 때 극도로 치솟은 산욕열 사망률 96%가 (비록 이후 주석에서 통계적 오류를 바로잡아 100명 중 서른 정도로 추정하지만) 경악을 지속시켜주었다. 대체 그 시대의 의학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다행히도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다. 보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진 않지만, 1800년대 후반까지도 의사들의 처치는 여전히 사람을 살게 도와주기보다는 악화시키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증상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자중하던 것을 이야기했다. 현대의학은 아직 그 시기에는 없었고, 의학은 학문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미약했다.



시작은 1900년대 초반, 페니실린이었다. 항생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알려준 강력하기 짝이 없는 살균 물질의 발견 덕에 본격적으로 질병과의 싸움에서 내밀 칼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나온 방패는 흔히 스테로이드라고 알려진 코르티손. 어떤 병에든 일단 투여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물질의 존재는 어떤 병에든 일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항생제와 함께 의사들의 쌍두마차가 되었다.



그렇게 질병과의 전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시작되었다. 고질적인 사망 원인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며 전에는 대두되지 않았던 소아마비가 대두되고 치료법을 찾아내기도 하고, 그 전까지는 생각치 못한 약물 정신 치료의 영역에 발을 디디고, 사람을 유독 많이 죽이던 시술인 개복수술에 전환점이 온다. 전쟁 중의 빠른 투자에 힘입어 현대의학은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이렇게나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발전은 멈췄다. 이 부분이 제목 번역에서 좀 아쉬운 점인데, 원제는 <The Rise&Fall of Modern Medicine>이다. 아마 기번의 책 제목으로 이런 어구에 익숙하겠지만, 이 책은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루긴 하지만 그 역사에 있어서 ‘흥망성쇠’를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흥과 성은 충분히 봤는데 망과 쇠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현재에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 현재의 쇠망을 인적요소에게 캐묻지 않는다. 보는 입장에 따라 더 절망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저, 더 이상 운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위에서 쌍두마차라고 표현한 두 핵심 물질, 페니실린과 코르티솔은 다분히 우연적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수많은 핵심 물질들 역시 그러했고, 철저한 실험과 예상을 통해 만들어낸 물질 중 유용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아직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만, 더 이상 그 신경 쓸 것들에 대한 해결책이 우연히 발견되지 않는다. 매우 애석한 일이고, 어찌 보면 근대성을 다시 부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성과 질서로서 의료의 기틀을 세워왔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딱히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딱히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니 말이다.



현대의학의 부진함, 특히 신약 개발에 있어서의 부진함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제약회사의 곤란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가 말하는 현대의학의 쇠락 중 하나가 이와 관련되어 있다. 현대의학의 급격한 발전을 따라 확장되던 제약회사들은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유의미한 발전 없는 신약만 무한히 개발해 팔아먹기? 통계를 이용해 사람들의 습관이 병을 유도한다고 겁주며 영양 제품 팔아먹기? 전부 다, 그리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더.



이 글이 나온 게 지금으로부터 몇 십 년 전이다보니 아마 당시 지적한 의학의 쇠락을 지금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쇠망의 예시 중 하나로 든 게놈 연구만 해도 확실히 그 당시보다 발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질문들 전부가 무의미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제약회사에 대한 질문은 특히 그렇다. 누군가가 이후에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하고 속 시원하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좀 더 마음이 후련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