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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한 뻘글 느낌이 드는데

책장 뿐만 아니라 이런 종류의 글 공유하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 써 봄.


 첫 번째 사진.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낱권 단위로 뽑아보라면 저렇게 5권을 뽑고 싶다.

'내 생각에' 저 책들의 저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1. 개또라이(맨 아래 솔라리스의 저자 렘은 제외인가?)

2. 또라이답게 세상을 삐딱하고 이상하게 바라봄.

3. 그러나 2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방식으로 세계를 긍정한 뒤 당당하게 살아감. 자신만의 어떤 낭만의 세계가 있음.


물론 위 세 항목에 해당하는 저자들은 무수히 많겠지만, 나는 뭐 대단한 지식인이 아니니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보들레르의 『악의 꽃』.

저 책을 읽은 시기는 군 전역 몇 개월 뒤였음. 당시의 나는 각종 알바들과 군대, 즉 현실에서 이리저리 치인 뒤로

'페르소나'가 강해졌고. 나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랄까? 그런 면들을 부정하거나, 자기 혐오 같은 것에 좀 빠져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악이랑 꽃을 왜 연관짓지?" 라는 궁금증에서 악의 꽃을 읽게 되었는데

 뭔 정신나간 놈이 위풍당당하게 위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본 보들레르의 자세는 이러했음. "맞아. 난 또라이지. 난 원래 이것밖에 안 돼. 하지만 난 내 방식으로 아름답워, 이 촌놈들아..."

특히 '축복'이라는 시에서, 세상이 나를 손가락질해도 자기는 자기 나름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신에게 고백하는 부분은 압권.

워즈워드 같은 낭만주의 스타일로 무조건적인 세계찬양은 나에게는 너무 단순해보였고.

반대로 뭐 세계가 이래서 문제다 저래서 문제다하며 흥분하는 것도 싫었음.

나에게는 보들레르의 자세가 가장 맞는 것 같았고.. 이후 "ㅅㅂ 걍 ㅈ대로 살아보자!" 하며 큰 용기를 얻게 됨.

이 시집이 나에게는 성서이고 '시크릿'이며 '꿈꾸는 다락방'임. 가끔 보들레르의 초상화만 떠올려봐도 마음이 안정 돼.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나에게는 악의 꽃과 비슷한 의미가 있었다.

다만 악의 꽃은 멋진 악당같은 놈이 입 터는 걸 흥미롭게 듣는 느낌이이라면

짜라투스트라는 어떤 광인이 망치로 건물을 막 부수다가 폭탄심어서 터뜨리고, 바주카포로 헬기 쏴서 격추시키고... 뭐 이런 현장을 보는 느낌.

그리고 악의 꽃이 특유의 미학으로 날 홀렸던 반면

이 책은 읽고 난 뒤 개별 문장들이 머릿 속에 남아 좀 더 세밀하게 도움을 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 "넘어지지 않으려면 춤을 추어야 하겠구려!", "많은 것을 반쯤 알기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낫다!"

"고분고분하기보다는 차라리 절망하라.", "온갖 것을 다 씹어 소화하는 것은 돼지나 하는 일이다!"


 까뮈의 『시지프 신화』는 '부조리'가 무엇인지,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야기하는데.

내가 평소에 부조리의 감정을 강하게 느껴서, 이 책은 나에게는 고민을 구체적으로 분석해주고 비전도 제시해주는 책이었음.

까뮈는 정말 멋쟁이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말 그대로 '인상깊게' 읽은 책.

대학 신입생 때, 시중에 부분부분 번역된 쇼펜하우어의 수필들을 감명깊게 읽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도 읽어보게 되었다.

마치 불교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 책의 결론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난 오히려 니체식의 자세가 맘에 들어.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한 마력이 있는게...

쇼펜하우어가 '의지'와  '표상' 두 관념으로 풀어낸 세계관이 머릿 속에 단단히 뿌리박혀 떠나질 않음.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 이전에 그냥 내가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 물론 내 견문이나 지식 부족도 원인이겠으나.

쇼펜하우어의 글 솜씨가 상당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됨. 치밀한 글 전개방식, 적재적소에 터지는 비유들...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이런 말도 하고 싶은데

이 인간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다만 말을 좀 가려서 들을 필요가 있음. 뭐랄까, 이 인간이 쓴 글을 보면 말들 하나하나는 어떻게 받아들인다 쳐도..

어딘가 다락방안에 갇힌 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읊조리는 그런 감성이 느껴진단 말이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락방에 갇혀 평생을 보내지는 않음. 관조하고 평가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함.


 SF소설 『솔라리스』는 주인공이 외딴 행성에서 과거에 사별했던 마누라의 분신(실제 마누라는 아님)을 만나는 이야기.

불가지론, 외계 생명과의 소통의 문제, 현재와 기억 사이의 괴리 등 생각해볼 거리가 많음.

이 소설이 가치있는 이유는 지적이고 관념적인 주제를 아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풀어낸 점이라고 봄.

우리의 실존을 이야기할 때, 학문적으로 규정한다거나, 막 감성적으로 대처한다거나 하는 건 어딘가 허전해.

이 소설은 감성과 이성 두 면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하고 표현했음 ㅠㅠ

타르코프스키가 영화로도 만들었는데, 결론이 다르긴 하지만 그 영화도 좋아함.

으.. 아직도 여주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낱권으로 뽑으면 어딘가 약하지만 작품 세계나 저서들 전체에서 많이 배우고 감명받은 경우도 있다.


 하루키는 엄청 까이던데,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된 작가였다.

심적으로 힘들던 시절에는 하루키의 장편소설들의 주인공에 공감하며 위로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기술적으로 세밀함.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암시하면서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재주가 있다.

이해 못해도 그런대로 재미있고 이해하면 더 재미있는..

특히 단편들이 기술적으로 세밀하고 아이디어도 좋다고 생각함.

그런데 그런 것들을 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많은 독서와 훈련을 통해서 오랫동안 가다듬은 느낌?

학부 전공이 문창과인데.. 많은 도움을 받았음.

물론 장편들은 하나같이 '추구'나 '성장'의 플롯을 취하고 있고 주제도 엇비슷해서 자기 복제가 심한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소설 속 '처절하게 고뇌하고 살아가는' 인물들 때문에 좋아.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정말 삶에 정면으로 '부딪치고 깨지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 전체에 에너지가 철철 흘러넘치고,

그 에너지를 보고 있으면 삶이라는 것은 멋있을 필요는 없어도 찌질하게나마 저렇게 부딪치며 살아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

 내가 좋아하는 인물은 드미뜨리.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까라마조프의 재판 장면.

드미뜨리가 고함치는 모습, 그루셴까가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스따브로긴의 악마 간지나, 므쉬낀의 숭고한 카리스마도 좋아함.


 줄인다고 했는데 또 길어졌군..

독갤러들 인생의 책은 무엇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