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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이 면도날이야말로 서머싯 몸의 최고작이라고 칭찬해서
그래? 하는 마음으로 사서 읽었다.
민음사 뒷표지에 따르면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3대 장편소설로 꼽힌다고 한다.
몸과는 군대에서 달과 6펜스로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어서
기쁜마음으로 도전했었고 역시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서머싯몸이 소설에서 동명화자로 직접 등장해서 이 사람 저사람 만나고 다니는 얘기다.
꽤나 긴 시간을 다루고 있고 이 사람 저사람이라는 게 죄다 파란만장한 삶들을 사는데다가
작가가 말도 잘해가지고 썰 듣는마냥 흥미로웠다.
(그래서 결국 ~케 돼떼!! 으이그 그래서? 그래가지고 걔네 둘이 ~했는데
알고 보니까 ~래!! 헐헐헐 진짜? 이런 느낌이었다)
래리라고 홍대병 걸린 친구도 나오고
래리랑 약혼했다가 돈 때문에 파혼하는 약혼녀 이사벨도 있고
래리랑 어릴 때부터 친구였는데 이사벨 NTR하는 그레이도 나오고...
그렇다...ABC삼각관계 연애 이야기는 참 흥미진진하다.
이것도 전반부까지고 사실 더더더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대표적으로 속물근성 만땅인 상류층 워너비 엘리엇이라는 이사벨 친척분도 나온다.
아까 래리가 홍대병 걸렸다고 했는데 죄송...
사실 이 사람은 전쟁참전했다가 친구가 죽는 걸 보고
이후 삶의 진정한 의미 비슷한 걸 찾아헤매는 "달(이상, 고귀한 정신, 꿈)"의 세계에 속한 진지한 인물이다.
여기의 반대편, 즉 "6펜스(현실, 돈)"에 속한 사람들이 약혼/파혼녀 이사벨이나
엘리엇 같은 사람들이다.
소설에서 나를 발견할 때만큼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때는 없을 것이다.
나도 옛날에는 대충 살다가(뭐 그렇다고 지금을 빡쎄게 사는 건 아니다ㅡ,.ㅡ)
죽을 고비 한 번 넘기고 삶이란 뭔가 진지하게 고민비슷한걸 하면서 사는 중이다.
그렇기에 래리 이야기가 날 끌어당겼던 거 같다.
아 물론 소설에서 지인을 발견할때도 굉장한 몰입이 가능하다;;
갠적으로 돈 때문에 결혼한 10살연상 아는 누나도 있는데 아니 이거 완전 이사벨이군 하면서 읽었다.
잠깐 딴길로 빠져서 나는 매그놀리아라는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거기서 필세호라는 배우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이거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죠? 제 생각에는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는 건...
실제 삶에도 그런 일이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리고 영화에서 당신은 날 돕게 되어있죠.)"
그래서 소설에도 이런 상황들이 주구장창 나오는 건,
그리고 몸의 소설에도 이런 걸 반복해서 다룬 걸 보면
이것 참...뭐랄까...
여튼 그래서 결말이 어찌 날까 참으로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나는, 또 내가 아는 누나는 어쩌면 좋지?
설마 다같이 좆망행 열차 탄 건 아닐까?
굳이 인물들 각자의 마지막을 적을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아직 안읽으신 분이면 모르는 게 좋을 거 같고
읽으신 분이면 굳이 지지부리하게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다.
다만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엔딩에서만큼은
작가의 냉소적 태도가 느껴졌다.
내 생각엔 래리만이 진정한 평안을 얻었다.
그래서 다 읽고 다시 본 민음사판 뒷표지의 홍보문구 "...결국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서 석연찮은 뒷맛이 있다.
(작중 엘리엇의 죽음을 다루는 태도 또한 그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번역가는 후기에 그래도 좋은 부분도 묘사 많이했잖어^^ 했지만
나는 많이 쓸쓸했으며 광대같다는 느낌이었다.)
내 생각엔 이것이야말로 제목이 면도날인 이유다.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나는 쇼펜하워를 되게 좋아하는데 의지와 표상 어쩌구는 읽다 존나 너무 어려워서 때려쳤고
인생론(인생 가이드 처세술 실전편)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쇼펜하워는 인간 행복의 첫 조건으로 대가리(개인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본성)를 꼽았다.
예를들면 개미한테 백날 클래식 들려줘봤자 개미에게 그 진가를 알려주기는 힘들다는 거다.
이사벨은 래리를 절대 결코 네버에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되었음을 한 차례 겪은 후에도 말이지.
엘리엇 또한 자신의 광대인생 연극라이프의 우스꽝스러움과 천박함을 끗내 놓지 못했다.
(혹 은연 중에라도는 깨달았을까?)
그것이 슬펐다.
근데 사족인데 이거 오리엔탈리즘 아닌가?
(오리엔탈리즘 뜻 정확히 모름)
달6에서는 고갱이 정글오지로 날라가더니
여기선 래리가 급기야 인도까지 가서 신비주의 속성의 "깨달음" 비슷한 걸 득도하고 온다 ㅡ,.ㅡ;;
그래서 두통도 고치고 마인드 컨트롤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뒤가 약간 횡설수설한 느낌이다;;
뭐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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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존나 많이 읽은 사람이라서 볼 때마다 간지난다고 생각해여 ㅋ
오리엔탈리즘 맞습니다 ㅋㅋ
맞아요??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동양이 자신 스스로를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어쩌구~ 골치아픈 뭐뭐뭐 늘어놨길래 이해하길 포기했습니다만...
그건 에드워드 사이드가 주장한 개념이고, 오리엔탈리즘은 어쨌든 서구에서 동양, 혹은 아프리카에 대해 미지의 세계이자 새로운 아이디어의 샘, 해결지 등의 장소로 바라보는 신비화였습니다
아 그렇군요 ㅋㅋ (__)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왜 이사벨이 잘못된 선택을 한거지? 그건 래리가 옳다는 너의 편견일뿐. 이사벨은 애초에 철학적 세계관에는 관심조차 없는 속물적인 보통 사람일뿐인데...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갖고 잘 맞지도 않는 래리와 결혼했다간 더 불행했을걸. 각자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것 뿐이야
이사벨은 한 번 재정적으로 망한 후에 몸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후회하지 않던가요? "웃기는 건 래리와 결혼했다면 겪었을 생활을 지금은 아무문제 없이 잘 해나가고 있다는 거죠"이런 뉘앙스 문장이 있었어요. (정확X 원하신다면 찾아서 옮겨드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후에도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래리에게 미련이 남았단 걸 계속 보여주구요. 그녀의 진정한 사랑은 래리죠. 그레이와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몸 입장에서는 직간접적으로 계속 비꼬거든요. 잘못된 선택이라는 표현이 맘에 안드셨다면 썩 좋지는 않았던 선택으로 고치겠습니다 깔깔깔 + 저는 래리가 그렇게 옳은지도 사실 모르겠어요. 고귀한 정신 추구란 건 정말 좋은데 현실감각이 너무 떨어지는 친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