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청소년 소설이 많이 있었고 나도 이런 소설들을 즐겨 읽었음. 물론 나름대로 사람과 세상의 추함을 드러내던 김려령이나 이상권 같은 작가들의 소설도 대부분이 생뚱맞은 사회비판적 요소나 주요인물의 쿨찐스러운 자기연민만 툭 던져놓곤 했으니, 논어를 10번 읽고 김수영 시 전집을 들고 다니던 '찐'이었던 나에게 청소년 소설들의 주제의식은·그리 와닿지 않았음. 그래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청소년 소설보다는 하이타니 겐지로나 미즈타니 오사무와 같이 강인하면서도 소탈한 사람들의 에세이를 좋아하기도 했음.
각설하고 공선옥의 청소년 소설 단편집인 '나는 죽지 않겠다'는 당시 내가 읽었던 청소년 소설 중에 가장 내 마음에 크게 닿았던 책임. 표제작인 '나는 죽지 않겠다'의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 반장이자 친구는 서로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그 방식이 잘못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됨. '라면은 멋있다'의 주인공은 아버지와 여자친구, 알바하는 떡볶이집 사장님 등 여러 곳에서 나름의 갈등을 겪는데, 이러한 갈등은 해소되는 듯 싶다가도 이어지는 단편인 '힘센 봉숭아'까지 계속됨.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 다른 단편들도 비슷한데, 이 단편집은 사회적인 소재를 편협하게 써먹지 않는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복합적으로 드러내는데 성공했다고 봄. 뭐 대부분의 갈등은 따지고 보면 결국 '돈'때문이라 어떤 면에서는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한다고 볼 수도 있음. 그러나 돈이 단순히 부끄럽고 괴로운 것만은 아니고, 그렇다 할지라도 돈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음.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 책임을 남에게 돌릴 수만은 없다는 걸 알고 나름대로 결정에 책임을 지고 살아감. 비록 청소년이라 능력은 부족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꽤 성숙한 셈임.
글이 많이 압축적이지만 더 쓰긴 귀찮으니 여기서 끗
다 쓰고 보니 한창 청춘소설 떡밥 돌고 있네네...
사실 쿨찐스러운 자기연민과 툭 튀어나오는 사회비판을 빼면 김려령의 '가시고백'도 괜찮은 소설이고,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나 이시다 이라의 '포틴'도 자의식 과잉을 나름대로의 해학과 재치로 중화시키는데 성공한 소설이라고 생각함. 물론 가네시로 가즈키와 이시다 이라의 접근방식은 대척점에 있다고 할 정도로 다르고, 레볼루션 연작이나 IWGP연작은 자의식 과잉조차도도 좀 부족한 느낌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은 너무 청소년 없는 청소년 소설이라 뭔가 청소년일 때 읽기 어려운 거 같음
최규석이 천사 쥐어 뜯는 단편 그린 거 보면서 통쾌했던 것도 그런 점인데, 이왕 전교조 뽕 맞고 사회문제나 청소년문제를 다룰 거면 그 명랑함이라도 어디 치워놓을 것이지, 진지하게 미혼모 문제를 다루는 소설도 별빛 아래 이슬맺힌 잔디밭에서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임신했다고 하는 판이니 묘사의 한계가 너무 뻔한 것 같음. 그마저도 이런 사회문제에서 벗어나면 사소설이나 리얼리즘 흉내라도 내는 소설은 찾아보기도 힘들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