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가 알베르틴의 원형이 되는 자신의 조수에게 비행기를 사주려고 했다는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마르셀 프루스트는 전형적인 부르주아지였다.


그는 평생 일을 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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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어이 서민! 대체 [일]이 뭐지? 레이몽, 혹시 너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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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파티에 가는 걸 말하는 건가, 혹시?"




오늘의 모더니스트는 마르셀 프루스트와 더불어 일을 해본 적 없는 부유한 부르주아지이자 프루스트처럼 게이였으며,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웃이면서 푸코와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신으로 추앙받은 광기의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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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몽 루셀은 1877년, 부유한 부르주아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증권중개인이었고, 어머니 또한 부호 집안에서 자랐다. 한 마디로 금수저 중의 금수저였다. 이런 어릴 적 레이몽 루셀의 옆집엔 마르셀 프루스트가 살고 있었고, 둘은 줄곧 친분을 유지하게 된다.



어릴 적 그는 음악가가 되기 위한 교육을 주로 받게 된다. 자신이 작곡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지만, 어머니의 영향 등으로 어찌되었든 계속 파리국립음악원에서 공부를 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죽었지만, 레이몽 루셀은 막내였고, 집안의 괴짜였고, 이런 까닭 덕분인지 어머니에게 특히 총애를 받는다. 사실 그의 어머니 또한 만만치 않은 괴짜였다.


루셀 본인에게 음악적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피아노 연주 자체는 프로급으로 잘 했다. 파리국립음악원에서 1등을 하기도 했으니까, 사실 그대로 피아니트스로 살아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체험'을 하게 됨으로서 광기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



레이몽 루셀이 나중에 자신의 신경증 치료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은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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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난 찬란한 빛을 느꼈어. 이건 계시야, 마치 위고나 나폴레옹에게 다가온 운명처럼, 내게 천재가 되고, 걸작을 쓰라는 찬란한 빛을 느낄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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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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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이러한 기록을 알 수 있는 까닭은, 루셀을 담당하던 의사가 그저 광인의 기이한 사례 정도로 치부한 채, 여러 미치광이들의 사례 중 하나로 기록하여 책을 쓴 덕분이다.



하지만 레이몽 루셀에겐 그러한 세간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계시를 받은 수많은 역사 속 성자와 예언자들이 그러하듯, 자신이 천재가 될 것이며 걸작을 남길 계시를 받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20살이 된 레이몽 루셀은 여전히 음악공부를 하던 와중, 뜬금없이 '운문소설' <대역>을 발표하게 된다.


이 기이한 글을 반길 출판사는 없었지만, 부르주아지 레이몽 루셀은 흔쾌히 자비출판한다. 참고로 루셀은 평생 자비출판만 한다. 물론 빚 같은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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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미치광이를 보는 듯했고, 루셀은 큰 충격을 받지만, 그 후에도 그의 광기는 계속된다.



군입대를 하여 군복무를 하던 도중에도 집안 재산으로 세계 이곳저곳, 세계일주도 간간히 떠나고, 어머니와 함께 호화로운 요트를 타고 십 수 명의 하인들과 함께 인도 여행도 가고, 부르주아지적 삶을 즐기는 가운데


레이몽 루셀은 계속 틈틈히 글을 발표하고 미친놈 취급을 받고, 또 글을 발표한다.


사실 큰 반응도 없었으므로 그냥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던 중 오늘날 그의 대표작들로 불리는 <아프리카의 인상>을 1910년에, 그리고 <로쿠스 솔루스>를 1913년에 발표한다.


참고로 로쿠스 솔루스는 강제로 사람들에게 읽히게 만드려고 신문연재를 했다. 물론 이것도 자비 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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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미로 같은 책...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때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그저 기괴한 상상 속 발명품들의 나열들.....


한 번도 아프리카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그리는 기이한 가상의 아프리카의 장면들....자신의 기이한 방식으로 규칙적으로 쓰여지는 규칙들....

(출간 후 세계일주할 때는 가본다)



그러나 레이몽 루셀은 끝없이 자신의 재력으로 출간을 계속했고, 또 <아프리카의 인상>을 희곡으로 만들어 무대에도 올리며 존버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는 성공한다.


특히, <아프리카의 인상> 공연은 일반 관객들에게 혹평을 받으며 난리가 나지만, 공교롭게도 그 자리엔 초현실주의자들도 있었고, 뒤샹과 같은 이들도 있었다.

거기에 <로쿠스 솔루스>의 출간은 장 콕토나 지드 같은 작가들에게도 레이몽 루셀의 존재를 각인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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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 자체가 초현실주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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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신이야!!"


초현실주의자들은 루셀이라는 새로운 광기의 신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뒤샹은 루셀의 공연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거나, 초현실주의자들은 그와 교류를 하며 영감을 받기 시작하였고, 달리의 경우, <아프리카의 인상>에 영감을 받아 <아프리카의 인상>을 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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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인상>, 달리



물론 이러한 인기는 컬트적인 인기에 불과했고, 여전히 루셀은 아웃사이더에 가까웠고,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던 중, 마침내! 1929년 대공황으로 일단 루셀이 파산하고 만다. 사실 그 후에도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가듯, 별 탈은 없는 듯보인다.


계속 서사시 <새로운 아프리카의 인상> 등을 자비출판하고, 유언장도 작성하는 등 준비를 마친 루셀은 1933년, 팔레르모의 한 호텔에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죽는다. 자살로 추정한다.




그 후- 초현실주의자들에게 광기의 신으로 컬트적으로 추앙받던 루셀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보였다.


그러나 루셀이 죽은지 30년 후, 프랑스의 여러 사람들은 새로운 종교를 창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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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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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힘이다! 루셀 펀치! 루셀 펀치!!"




60년대 전위문학을 이끌던 그룹 <울리포>와 조르주 페렉은 자신들의 선구자이자 신을 발견했다. 물론 레이몽 루셀이었다.


그들은 루셀에 영광하며 그를 추앙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로브그리예 같은 누보로망을 이끌던 프랑스의 소설가들 또한 레이몽 루셀을 누보로망의 선구자로 추앙하며 받들기 시작했다.


아직 뇌절이 안 끝났다.


존 애쉬버리 등 당시 미국 시문단의 <뉴욕 시파>가 레이몽 루셀의 시적 산문과 시에 열광하며 또 다시 그를 신으로 추앙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미셀 푸코는 자신의 문학에 관한 유일한 책이자 레이몽 루셀의 전기와 연구 <레이몽 루셀>를 출간한다.




물론 오늘날 여전히 레이몽 루셀은 꿈의 프루스트, 혹은 광기의 신, 컬트의 신으로 남지만, 이러한 60년대의 재발굴 덕분에


오늘날 우리 또한 그의 <아프리카의 인상>이나 <로쿠스 솔루스> 같은 대표작들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된다.

<로쿠스 솔루스>의 경우,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출간 준비라고 하니 더더욱 즐겁다!



수많은 네임드들이 신으로 추앙한 광기...우리의 오랜 친구여.....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프루스트와 조이스의 자존심 강한 제자 대결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냉혹한 이탈리아의 마피아 작가

- 폴란드식 기묘한 모더니즘 작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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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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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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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나, 살아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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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할로윈이란 것도 아일랜드에서 온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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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데스에서 온 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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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 만델스탐의 노래

-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 악어들의 거리

-저를 슈베이크라고 소개시켜주시겠어요?

- 독일인이 오리라

- 혁명가는 모더니즘을 꿈꾸는가?



모더니스트의 선조들

-지나간 모더니스트는 어디에 있는가

-셰익스피어와 사라진 연극들 - 영국 르네상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