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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샌델은 무지한 독자들에게 아첨한다. 그들이 직감적으로 떠올리는 발상과 추론 없이 도출한 결론이 그 자체로 타당하다며, ‘목적론적 추론’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준다. 다른 사람들의 삶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나와 유사한 것으로 만들고 관용하고 싶지 않은 욕구를 “공동선의 정치”에 대한 열망이라고 포장한다.” (p.295)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라는 이한의 책은 사실 이 인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이 책을 이야기하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읽히는 정치철학 교양서가 너무 얕고 편향적으로 쓰여졌다는 규탄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저자 샌델의 이론의 부족함과 견강부회에서 비롯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정치철학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하다. 그러니 그런 사람의 눈으로 이 논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샌델의 글과 이론을 공격하는 1,5장과 샌델이 왜곡적으로 설명했다 여긴 이론들을 재차 설명하는 2,3,4장. (아마 이한 본인이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는 두 번째 분류의 장들을 읽어보라고 권했으리라 믿는다.) 나는 후자를 중점적으로 읽었고, 그 논의가 초심자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과 조롱 섞인 비판, 매 논거에 대한 쉬운 예시로 밑바탕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이 좋았지만, 동시에 이 책을 누군가에게 함부로 추천해줄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 든다.


화자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전술한 “조롱 섞인 비판”은 사실 완곡어법에 가깝고, 실제로 읽어보면 샌델의 문장과 논의에 대하여 거의 헐뜯기에 가까운 수위로 비판을 하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위의 인용에서도 그런 냄새가 확실히 맡아지지 않을까 싶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여타 샌델의 저작들에서 얕게-저자가 느끼기에는 왜곡적으로-설명한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자유주의를 다시 설명한 2,3,4장을 읽을 때에는 그 공격성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1,5장을 읽을 때는 너무 과하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특히 5장에서 저자는 본격적으로 ‘샌델이 가볍게 설명하는 다른 이론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샌델의 이론’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는데, 문외한인 내 눈으로는 저자 역시 샌델이 롤스에게 범했다고 말하는 폄하된 오독을 재차 저지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과거 윤리학 입문서(포이만 저)에서 읽은 미덕주의적 윤리관이 그렇게 얕아보이진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내 무지가 저자의 전문적 논의를 곡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저자의 논조와 비슷하게 샌델의 이론을 반박하는 다양한 인용이 함께 했으니.)


다만 이를 제하고선, 확실히 읽어볼 만한 정치철학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로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최소한 2,3,4장 정도는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신하여 노직, 롤스 등을 읽기에는 너무 어려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