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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문풍당당, 난해한 책 잘 읽는다는 부심이 있었음.


모비딕? 뭐가 난해해 바다를 다루고 있는데, 딱 바다만큼 넓은 배경지식과 디테일은 당연한 거 아님?

죽음의 한 연구? 정 막히면 낭독해서 읽으면 200% 좋아지고 이해되는 공들인 문장의 향연인데 즐거울 따름이지.

코맥 매카시? 2000가지 방법으로 미국 남부 국경지대의 황량함을 묘사하는 솜씨임, 지루하고 어려울 틈이 어디있음?


근데 진짜 윌리엄 포크너는 위의 난해함과는 좀 결이 다름.

언어장애가 있는 애가 화자고, 문장마다 규칙적인 결핍이 있음.

근데 그냥 무시하고 읽기엔 문장의 어떤 품사나 격이 빠졌는지를 신경쓸 수 밖에 없음.

이제 3페이지 남짓 읽어서 확신할 순 없지만 이 부분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뒷부분 내용을 전혀 즐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드니까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다른 책의 난해함이 나에게 주어진 암호표 같은 걸 나 혼자 푸는 느낌이었다면

소리와 분노는 한 문장을 읽고 이해하려 할 때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윌리엄 포크너랑 바둑 두듯 수싸움을 하는 느낌임.

이 미친 놈은 무슨 추리소설 작가도 아니고 독자한테 머리싸움을 거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