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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정말 재밌는 책이니까 안읽으신 분은 절대 그 아래로 내리지 마시길...
르윈터의 망명
이 소설은 첩보(정보부 사람들 이야기)물이자 추리(해문출판사 세계추리걸작선 19번임) 소설이다.
장르소설로써의 면모, 요컨대 흡입력 있는 흥미진진한 전개과정도 훌륭했지만
그 안에 담긴 작가가 세상을 보는 시각, 특히 마무리가 아주 대단했다고 생각했다.
긍까 짧게 줄이면, 핵꿀잼띵작이었다.
잠깐 장르소설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팅커테일러...뒷부분에 번역자가 써놓은 후기글을 읽으면서 조금 의아했던 게 있는데
이런 변명이 있었던 거다.
"순문학에 결코 뒤지지 않는 탄탄한 소설...좁밥인지 띵작인지는 읽는 이가 판단하시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역자후기에 이렇게 첩보소설의 가치를 열심히 변호해야 하다니
많은 사람들이 장르소설을 순문학 아래로 보나? 그런 생각을 났었던 기억이 있다.
아니 대체 소설 구분이 뭔 상관인가?
내 기준에서는 그런 말도 안되는 구분은 필요없고 오직 띵이냐 병이냐만이 중요할 뿐이다.
소설의 시작은 MIT 부교수 르윈터씨가 쏘련대사관을 어렵싸리 몰래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MIRV(다탄두 어쩌구 줄임말임...쏘아올려진 미사일이 콜래트럴 뎀지와 교란을 위해 공중에서 쪼개지는 길에 대한 공식)
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쏘련에서 자신의 망명을 받아줄 것을 요청한다.
그 이후 벌어지는 미국과 소련의 한 판 두뇌/첩보싸움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작가는 르윈터가 가지고 간 공식의 진위여부를 고의로 헷갈리게 해놨다.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미국측은 골이 빠개진다.
야, 걔가 가지고 간 정보는 진짜야? 가짜야?
르윈터 주변인물 조사도 해보고 신상정보도 털어보고...
논리는 대충 이런식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만약 진짜라면 가짜로 믿게 해야하는데 그건 소련한테
그 정보가 너무 진짜같다는 인상을 줘서 가짜로 믿게 만드는 수밖에 없겠는데
그러면 소련측에선 다시 여기에 대처해서 어쩌구...
그렇다...이런 식으로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밑도 끝도 없이 주구장창 이어질뿐인 개논리다.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
(이 부분에 대한 작가의 유머감각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중간에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소설 라쇼몽과 알렉산드리아 카르테드 이야기를 꺼낸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마치 썸타는 연인들의 묘한 심리전을 보는 듯한 인상이었다.
야 걔가 나를 좋아하는게 맞을까?에 대해 끝없이 펼쳐지는 기다 아니다 꽃잎 따기 놀이...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
지난번에 길가면서 같이 팔짱을 끼게 됐는데 묘하게 가슴으로 팔을 밀어붙이더라구.
근데 카톡은 자꾸 읽씹해 ㅠㅠ 여기까지만 보면 아닌 거 같은데
어젯밤에는 새벽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어쩌구~~~~
시발 뭐하자는 거야!!!
소설의 특징을 말하자면
첫째로는 미국측 첩보기관과 동일한 정도로 소련측의 첩보기관의 시각에서도
서술을 했는데 이것은 마치 두 나라가 거울처럼 비슷한 모습으로 마주서서
서로의 헛짓거리를 따라하는 오방난장판개판이라는 느낌을 준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아주 웃기는 양반들이라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분량은 물론이고 챕터 역시 교차방식을 활용해서 예를 들어서
1 3 5장이 미국측 입장이면 2 4 6장은 쏘련측 입장이다.
그 외에도 첩보기관의 유사한 인사체계라던가...
각 측에서 주요인물(리오 다이아몬드'와 '포고딘') 의 가장 소중한 사람 두 명 또한
비슷한 마무리를 채택함으로써 그런 게 더 강화됐다.
여기부터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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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는 맥머핀의 활용이 존나 기가막히고 코도 막히며 작살박살났다는 것이다.
맥머핀이라는 것은 맥딜리버리에서 AM 1020m 이전에만
주문메뉴에 있는 것으로 아메리카노와 함께 마시면 무척 맛있으며
마치 유럽에서의 하루를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아니고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필요하고 내내 존나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다가
막판에 가서는 사실 별거 아님 ㅋ해버리는 것인데
이게 마지막에서 내가 이마를 탁 친 이유이다.
르윈터의 공식은 시발 사실 좆도 사실인지 가라인지는 중요치 않았던 거다.
거기에 얽히는 300페이지 분량의 붕삼술래잡기를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묘사하다니...
여기에 드러나는 허무주의적 시선이 반전의 충격과 함께 내 뒤통수를 존나 쎄게 쳤다.
(사실 내가 예상하면서 읽었던 건
너무나 합리적이어서 르윈터를 죽이는 비인간성이 가장 바른 선택이 되는...
뭐 그런 상투적인 결말이었는데 아주 호되게 참교육당했다)
작중 모의실험실을 일컫어 "카프카적인 기묘한 존재~"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작품 전체를 체스와도 같은 두뇌싸움(작중 언급댐)으로 읽는다면
역시 여기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한낱 체스말에 불과하지 않았던 것이며
그 부스레기에 매달려 전세계가 지랄났던 것이고
너무나 합리적인 나머지 부조리한 세계였던 것이다...크흙...ㅠㅠ
(카프카 잘 모름)
마지막 특징으로 이 책은 일종의 북엔드씬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처음-마지막이 대구/반복/변주를 이루는)
시작이 르윈터가 소련으로 넘어갔다면 마지막에는 다시 미국으로 반품되는 상황이 나온다.
기나긴 과정을 거쳐 남은 것은 상처뿐...
작중 나오는 노래가사가 이 모든 특징을 잘 종합/요약한다 하겠다.
"재에서 재로, 그렇다.(애쉬투 애쉬 예아)
똥에서 똥으로
모두가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니까, 놀랐지.
마법의 거울을 보듯이"
-p.151
(+"도무지 무의미한 일이었어..."
"무의미했어." 자이체프가 동의했다.
-p.292)
음~ 다 읽고 마음속으로 박수쳤다.
정말 만족스럽고 즐거운 독서였다.^^
그 외 인상 깊었던 거...
1.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프로는 방아쇠를 두 번 당긴다"는 설정이 나온다 ㅋㅋ
2. 왼손으로 한 서약은 지킬 필요가 없다는 거 같다.
3. 오디트같은 얼굴, 오딜같은 마음
4. 스탈린의 본명은 쥬가슈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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