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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의 실용성! 거울도 되는 범용성! 디자인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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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씨의 영화썰문집 굴비낚시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영화 리뷰집으로 간판만 걸어놓고 영업은 작가 썰푸는 걸로 채워놓은 책으로 기억하는데...

거기 서두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당신이 어릴 적에 동네 좋아했던 아는 누나가 있었더래요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한날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제의를 하더랍니다

그 때 봤던 영화가 스칼렛 오하라가 나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였고요.

다보고 나와서 밥 먹는데 누나가 어렵사리 무언가 얘기를 꺼내려고 하더랍니다

김영하씨는 요즘말로 '결혼식장 알아보고 손주 이름까지 짓는' 경기도 망상해수욕장의 나래를 펼쳤지만...

고것은 해운대 오산 앞바다 다이빙이었던거죠...

"나 대학에 가고 싶어. 공부하는 방법이랑 책 추천 좀 해줄래?"

(김영하씨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함) 


물론 김영하씨는 아픈 가슴 부여잡고 최선을 다해서 서포트 해드렸고...

나중에 풍문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그 누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사가 됐더래요.

이따금씩 이 일을 떠올릴때마다 어떤 감정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김영하씨에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비비안 리는 언제까지나 그 누나로 기억된다고 하더군요.


제 얘길 하자면 저는 책갈피가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워낙 태생이 더러운 걸 좋아하고 정리정돈 안된 상태가 마음이 편해서요.

읽어둔 곳을 표시하고 싶으면 그냥 볼펜 끼워넣거나 날개로 접어놓습니다...

그런 제가 책갈피를 득템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군대...현역이었을 때는 책을 몇 권 가지고 가서 읽었습니다.

휴가때마다 다 읽은 건 집에 가져오고 새로 산 거 부대로 가져가고 그랬어요.

진중문고(부대 북카페) 책들은 썩 마음에 안찼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부대에 저랑 사정이 비슷한 마음/취향 맞는 전우님들이 몇 명 있었나봐요.

제 이름이 예를 들어서 김철수면 제 관물대가 철수문고 이렇게 별명이 붙을 정도로

우리 중대 사람들은 예사고 다른 대대 아저씨들도 와서 재밌는 책 몇권씩 빌려가대요?

그러면서 지들껀 안가져오고 ㅡ,.ㅡ 이기적인 쉑들...

반납도 안지키고 ㅡ,.ㅡ...

하튼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


그러다 전역 두 달 남은 말년이었을 때 백년의 고독이란 책을 부대로 가지고 갔었는데요.

때를 같이 해서 부대에 인사장교님이 새로 전입오셨어요.

우와 띠용 선녀처럼 아름다우신 여군이셨습니다. 퍄퍄퍄

근데 전 대대고 그 분은 연대직할쪽이라 얼굴 볼 일도 없었는데...


당직 근무 교대하면서 당직실로 백년의 고독을 가지고 갔었거든요

인사장교님이(이하 별명...사장님) 마침 전근무였는데 인수인계 할 때 웬 책이냐고 묻더라구요

이럴수가 설마...근무 설 때 책 읽지 말라는 초절정 꼰대인건가...싶었는데

(당시 부대마다 공문 내려와서 말하길...당직 근무자는 "계단만 바라보고 근무를 서시오"(?;;))

아, 본인도 대학(64)때 스페인어를 전공했다.

표지보고 알았는데 스페인 문학인 거 같다.(cien 뜻이 어쩌고~) 

다 읽으면 빌려줄 수 있겠느냐, 는 겁니다.


글 쓰기 점점 귀찮아지네요...

짧게 줄이면 그래서 며칠 후에 인사과 들려서 앞에 가계도 한 부 복사해서 책에 끼워서 같이 드리면서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좆같은 네이밍으로 채워져있음 제대로 읽을라면 가계도 필수임

근데 자꾸 앞에 들춰보고 하기 귀찮으니깐...나름의 배려)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드렸고(~~한 내용이다. 번역은 ~~다.)

이후 당직 한 번 같이 설 때 만났는데 아, 책 잘 읽고 있다 오늘도 읽으려고 가져왔다 

이러고선 새벽에 드르렁 ㅋㅋㅋㅋㅋ

하긴 근무 때 읽으면 골아떨어질만하기도 하지 ㅋㅋㅋㅋ


이랬던 사장님이 지금은 제 옆에 누워있네요^^

이런 마무리는 아니고 여튼 제가 읽는 책에 관심 가져주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눠봤었는데 어느정도 잘 맞기도 했었음.

근데 말년이라 이후 장기휴가 나감.

밤에 복귀하니까 관물대로 책 반납 + 책갈피 선물 + 손편지 한 통 도착해있었음.


다음날이 전역 우왕 ㅋ

그래서 전역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헐레벌떡 부대 정문 때려뿌수고 나와서

동기들이랑 고기 먹고 술 마심 ㅋ

당시 어쩐지 이상야릇한 아쉬움이 붙어 생각했었지요...참 고우신 분이셨는데...

서울쪽으로 전출가셨다고 후임한테 들은 거 같은데 지금은 잘 사실랑가 모르겠습니다.

연락처도 모르니 당연히 연락도 안되고요.


이후 저는 김영하씨처럼 어딜가든 백년의 고독만 보면 사장님이랑 책갈피가 자동으로 생각나고 약간은 설레요.

부대에서 몇 번 마주치고 책 한 번 딸랑 빌려드렸을 뿐인데 저런 선물을 다 해주시다니.

제 관물대 상습적으로 숱하게 들락날락 털어가던 전우님^^들은 내미 시벌 안면몰수인데...^^^^^^^


앞에도 썼듯이 저는 책갈피를 안써서 어따 잘 박아놨는데

오늘 자랑할라고 꺼내보니까 상태가 영... ㅋㅋㅋㅋㅋ

이상 책갈피 자랑과 책갈피 선물 받은 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