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스크롤 해주세요.

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만두이미지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 

마지막장까지 가기 전에도, 읽는 내내 훌륭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에서 이 소설은 화룡정점으로 완성된다.


소설의 표면적 주인공은 톰 조드다. 하지만 내가 느낀 진짜 주인공은 톰 조드의 어머니였다.


30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긴 장과 짧은 장으로 이루어진다. 

긴 장에서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까운 시야에서 전개되고, 짧은 장에서는 자연과 시대의 모습이 원경에서 펼쳐진다. 


읽는내내 대단히 시각적인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다. 

1940년에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동'의 의미가 대단히 중요한 소설이다.


자연의 묘사도 훌륭하다.

건조하고 조용하고 밝은 원색의 사막에서 시작한 소설은 습하고 어둡고 시끄러운 빗줄기 속에서 끝난다.

오클라호마 샐리소의 장면에서는 <인터스텔라>의 옥수수밭 풍경을 떠올렸다.

66번 루트 장면에서는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렸다.

캘리포니아의 목화밭에서는 <노예 12년>을 떠올렸다.


소설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이주노동자 가족을 그린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함께 그려지는 모습은 현재 한국의 모습이었다.

은행과 재벌이 움켜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노동자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하면 빨갱이로 몰린다.


생각보다 아주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예상 밖에 포도 따는 이야기는 한 장면도 안 나왔다.

거북이와 자동차가 인상적이었다.

목사 케이시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이 성스러웠다. 

존 스타인벡이 피에타의 장면을 차용한 것 같다.

전체 소설의 구성은 출애굽기를 따라간다.


작가는 이야기 중간에 갑작스럽게 인물들을 걷어내 버린다.

코니와 노아는 나중에 다시 나타나거나 뒷 이야기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사라져버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로저샨의 태아는 과감하게 삭제되어 버렸다.

주인공인 톰 조드마저 후반부에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작가는 인물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제 그만하고 이들을 구해내거나 아니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줄만하다 싶은 장면에서도 작가는 좀 더 비참하게 인물들을 추락시킨다.

정말 최후까지 바닥을 찍게 만들고는 마지막에 짧고 인상적인 장면 하나만을 남긴다.

읽는 내내 민폐 캐릭이었던 로저샨이 한방에 전복된다.


훌륭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