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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 내가 싸우듯이, 마음가면
읽는 중 / 황정은 소설집, 나는 고발한다, 브루노 슐츠 작품집

그러니까 시작은 정지돈 소설집이었음.. 인터넷 기사로 우연히 발견한 \'후장사실주의\'라는 괴기한 집단..
방학 중에 책을 거의 건들지 않았는데요. 집 근처에 알라딘 중고매장도 생겼겠다, 한번 찾아볼 심산으로 갔는데 마침 있더군요. 팔천원 주고 샀는데...
이걸 뭐라 말해야할까.. 보르헤스 생각이 가장 먼저 났네요. 엄청 산만한 보르헤스. 그러다 소설에 나오는 온갖 고유명사와 도서들이 실존한다는 걸 깨닫고 \'이 사람 지금 뭔가 정말 하고 있구나\' 싶었네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빈코프니 바타유니 그 많은 사람들 중 아는 이름은 정말 드물었는데도 지나치게 잘 읽혔습니다. 1부 \'장\'은 필립 가렐이나 홍상수 영화가 떠오르는 구조였구요. 2부에서는 왕손 출신 건축가 \'이구\'의 단편이 가장 좋았네요.
하지만 마지막 챕터 \'작가의 말\'은 허구를 걷어낸 선언문 에 가까운지라 지식이 얇은 저는 읽으면서도 대체 뭔 소린지 알길이 없었음. 무튼 작가가 열거한 이름과 책들을 하나씩 찾아보고 싶어짐.

그래서 일단 브루노 슐츠 작품집부터 샀네요. \'계피색 가게들\'을 반정도 읽었음요. 복문이 엄청난데, 이건 번역문제가 아니라 원래 그런 듯함. 비비꼬인 문장 속에서 성적인 은유가 막 튀어나오는데 당황스러우면서 마음에 드네요. 이건 지하철이나 버스탈 때 조금씩 읽고 있음요. 가만히 앉아서 읽을 종류의 책은 아닌 거 같아서.

\'나는 고발한다\', 탄핵정국 뉴스 계속 보니 드레퓌스 사건이 떠올라서 샀음요. 웬만한 소설보다 흡입력이 좋음. 다만 실존인물의 행적 묘사가 사료에 근거한건지, 사건이 드레퓌스 측의 복권으로 끝났기에 반대세력을 서술함에 악감정이 끼어들었진 않았을까, 그런 의구심은 들긴함. 국가 법치와 개인에 대해 결론부터 내리고 시작하는 책이라서요. 뭐 아직 \'반역자\'챕터만 읽었고 무척 흥미진진해서 에밀 졸라 등판 기다리며 쭉쭉 읽어나가는 중임.
그리고 지난 주에 산 책인데 물을 엎질러서 중고로 못 팔게됨. 슬프다.

단편집 \'아무도 아닌\', 원래 황정은 좋아해서. 황정은 관심 있는 분은 창비 지난 겨울호에 실린 중편 \'웃는 남자\' 꼭 읽으시길. 그 중편 읽고 앞으로 황정은의 모든 책을 사서 보기로 결심했음. \'백의 그림자\'에서 더 나아간 게 아닐까 싶은. 거짓말 아니고 화장실을 참아가며 읽었음.
이 사람 글 솔직히 휘발성이 강해 수십 년 뒤에도 읽히진 않을 것 같다 싶긴 해요. 읽고 나면 이야기의 테두리는 어렴풋이 남는데 특정 문장이 기억에 들러붙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읽는 그 순간의 심상이 저와 너무 잘 맞기에, 굉장히 좋아합니다. 내 인물들을 쉽사리 연민하지 말고 이들이 어디에 놓여있는지 보아라, 이런 태도를 매 소설마다 꾸준히 밀고나간다고 할까요.

\'마음가면\'은 아는 교수가 추천해준 심리학 책. 마음 속의 약점, 두려움 극복에 대한 책이고 그러저러 읽었음. 상황에 맞다면 고개 끄덕이며 읽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