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 번째 책 주문인데, 양장본 책이 찌그러져서 배송이 왔다.

벌써 두 번째다. 한 번은 교환 신청을 했는데 이번엔 귀찮아서 그냥 읽

었다.

원래가 책을 읽기 전 목욕재계를 하고 주변 정리(머리카락 한 올까지도)를

끝마친 후 집중해서 책을 읽는데, 찌그러진 책을 보니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면 찍히든 코딱지가 묻어 있든 신경쓰지

않고 잘만 읽는데, 내 돈주고 산 책은 아까워 미칠 지경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내가 생각해도 과할 지경이다.

학교 다닐 땐 지각을 할지라도 머리카락은 한 올 흐트러짐 없이 2:8

가르마를 타야 했고, 샤워를 하지 않고 등교를 하는 일은 내게 있을 수 없

는 일이었다. 물건을 정리할 때에도 대칭을 중요하게 여겨 비대칭으로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물건은 남의 것이라도 보기 힘들 지경이었으니

정말 정신병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런 습관들이 나를 너무나도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 고쳐 보려 무진장

애를 썻다. 파마는 커녕 왁스도 쓰지 않은 지 3년이 지났고, 머리는 자연풍

으로만 말린다.

수염을 기른지도 1년이 넘었는데, 문제는 이 수염이라는 놈이 정말 손이

많이 간다. 왁스로 머리 셋팅하고 면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의

매일같이 가위를 들고 길이를 맞추고 있자니 귀찮아서 확 밀어버릴까 하다

가도 수염난 내 모습을 거울로 보고 있자면 수염도 잘 어울릴 뿐더러 지적

인듯 섹시한 분위기마저 나서 밀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듯한 이미지의 외모만 가지게 됐을 뿐 달라

진 건 아무것도 없다. 해결할 길 없어 보이는 이 문제를 어쩌면 해결할 수

있을까? 니들과 달리 멋진 외모를 가졌으니 감수하고 그냥 살아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