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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시학 어떤 버전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냐고 물었다, 천병희 역본이 최고라고 해서 수사학/시학 천병희 본을 사서 읽었음.
수사학 파트부터 읽기시작했지만, 종내 시학 먼저 읽게 되더라. 수사학은 이제 읽어야지.
개인적으로 시학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제일 유명한 카타르시스에 관한 장인 6장을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카타르시스. 아주 많이 언급(요즘은 안되나? 아무튼.)되지만, 나는 결국 카타르시스가 무엇인가, 처음으로 주창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뭐라고 적어놨는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카타르시스에 대해 언급한 6장은 지금까지 내려오는 명성의 두께와는 반대로 매우 얇다. 그리고 정확한 해석을 본인이 안써놨다.
(사실 시학 자체가 굉장히 얇다. 책 제목은 수사학/시학인데 분량은 수-----------------사----------------------학/시학 정도 되니까.)
하지만 시학을 읽으며 나는 즐거웠다. 2000년도 전에 이미 비극(더 나아가서 서사를 다루는 문학 전반)의 이론적 기초가 이미 거의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나는 시학에서 코러스나 그시절의 형식을 다룬 내용은 '그때는 그랬구나'라는 느낌으로 읽었고, 서사는 주의깊게 읽었다.
고대 그리스어로 운율 맞춰서 대사 쓰는 형식까지 굳이 알 필요는 없잖은가. 내가 시학 시험칠것도 아니고.
서사 전개를 다루는 부분을 읽어보면 일관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작위적인 전개를 혐오한다.
결국 얽혀버린 파국을 순리대로(그것이 결국 등장인물이 파멸-사실 비극이 다 파멸하지-하더라도) 전개하는 것이,
기계장치로 신을 내려보내 모든 것을 억지로 해결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던가,
소문이 자자할 이야기가 정작 주요 등장인물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제전 한복판에 아들이 살해당했는데 그게 어미 귀에 안들어간다고?)다거나.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을 매우 간결하게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번역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나도 읽다가 일단 정지한 그 빌어먹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는 훨씬 간결하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야기 나오면 마들렌 이야기만 한다는 이야기는 아마 마들렌까지만 보고 드랍해버려서 그럴거야.
똑똑하고(물론 그양반도 만유인력까지는 설명 못해서 지구와 돌멩이가 서로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에 만난다고 설명했지만) 설명도 잘하는 교수였으니,
필리포스는 당대 최고의 선생을 아들에게 붙여준것 같다. 연구만 잘 하는 교수가 좋은 선생은 아니지 않는가.
그 외로 시학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던 것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기본적인 교양정도일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을 언급할때마다 천병희 교수가 주석으로 친절히 설명해준 까닭에, 기본적인 이해(물론 원전을 읽는 것이 언제나 최선이지만)를 가질 수 있다.
다시금 천병희 역을 추천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문고판같은게 도서관에 있어 읽어보려고했는데, 눈에 안들어오더라.
잠을 설쳐서 두시간 자고 일어나서 할거 없어서 소감문이나 씀. 좀 더 정리해서 쓰고 싶은데 아무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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