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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레포트 쓴 거 봐달라고 해서 봐줬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더럽게 못 썼다.


맞춤법이 형편없는 건 물론이고 띄어쓰기나 줄 띄우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도저히 대학생이 쓴 레포트라고는 보기 힘든 민망한 수준이었고 고쳐주기도 귀찮았다.


하지만 나는 착한 선배였기에 후배에게 혹독한 비판으로 상처주기 싫었다.


문득, 문장의 빽빽함만 놓고 보니 주제 사라마구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내 안의 속삭임을 따라 이렇게 충고해줬다.


"혹시 교수님께서 네 레포트 갖고 뭐라고 하시면 사라마구를! 마구마구! 따라해봤습니다! 사라! 마구! 라고 말하렴"


문학이나 책에 별 관심 없이 살던 후배는 내 충고를 너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ㅇㅋ 하면서 바로 레포트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C 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주제 사라마구 선생님과 후배에게 나쁜 짓을 저지른 것 같아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래서 책 얘기 더 추가: 사라마구 책은 눈먼자들의 도시, 눈뜬자들의 도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이 세 개만 읽은지 오래다. 도서관에 더 비치되어 있어서 빌려보겠다고 마음 먹은지 벌써 몇 년이 지난 듯하다. 사라마구 센세와 그 후배를 떠올리며 나중에 각잡고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