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비싼 돈주고 구입한 두꺼운 백종현 교수의
칸트 번역서인데 읽지 않으니 1년이 지나도 모르누ㅠ
많은 사람들한테 추천받는 칸트 번역자이니
관심있으면 아래 인터뷰나 다른 논쟁글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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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에서 번역을 한 것은 따지고 보면 백 교수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언론에 언급된 가독성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 훨씬 더 전문적이고 심각한 학문적인 용어 선택의 문제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백 교수가 ‘트란스첸덴탈’(transzendental)이란 용어를 ‘초월적’이라고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출발한다. 그 이전까지는 일반적으로 ‘트란스젠덴탈’과 ‘아프리오리’를 각각 ‘선험적’, ‘선천적’이라고 번역해왔다. 하지만 30년 전에 백 교수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트란스첸덴탈’을 ‘초월적’이라고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트란스첸덴탈’은 칸트가 자기 철학을 명명하는 데 쓰는, 가장 중요한 용어다. 하지만 이걸 ‘초월적’이라고 번역하는 건 심각한 왜곡이다. ‘트란스첸덴탈’이라는 라틴어의 원래 뜻이 초월적이라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플라톤에게서 ‘이데아’가 ‘형상’의 의미라 해서 로크의 ‘아이디어’(idea)도 ‘관념’이 아니라 ‘형상’이라 번역해야하고, 헤겔의 ‘이데’(Idee)도 ‘이념’이 아니라 ‘형상’이라 번역해야 하나? ‘페르소나’(Persona)가 중세 철학에서 신의 삼위일체 위격을 뜻하니까, 칸트에게서도 ‘페르손’(Person)을 인격이 아니라 위격으로 번역해야 하는가? 철학 용어의 사전적인 뜻이나 이전 시대에 통용되던 의미를 무차별하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동료 학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아집일 뿐이다. 왜냐하면 같은 용어가 시대와 철학자에 따라 정반대의 뜻으로 쓰이는 일이 철학사에서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트란스첸덴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평균적인 한국인에게 ‘초월적이라는 말이 뭘 의미하냐’고 물어본다 하자. 뭔가 현세적 차원이나 내재적인 지평을 뛰어넘는 의미라고 답하지 않겠나. 플라톤의 이데아를 가리켜 초월적 존재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칸트 이전의 철학이 신과 영혼 같은 초월적 존재자들에 대한 사변인 데 비해, 칸트는 그런 것을 파괴하고 철저히 내재적인 형이상학을 전개한 철학자다. 그런데 백 교수는 ‘칸트 철학은 초월철학’이라니, 대다수 칸트 학자들은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었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인터뷰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