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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은 반지성주의가 어떻게 끝을 맞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주인공 몬태그는 방화수이다 방화수의 일은 책과 그 집을 불태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상에서 책을 불태우라고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닌 도시의 시민들이었다. 사람들은 아무 택스트를 읽으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성인 잡지와 스포츠 경기, 그리고 벽면 텔레비전에만 몰두한다.


그들은 전문가 집단을 혐오하고 지식을 쓸모 없는 것이라 여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또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이 '클라리세'를 만난 이후 모든 것이 바뀐다. 클라리세는 '호기심'을 의인화한 듯란 소녀로 모든 사물에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진다. 클라리세의 질문은 주입식 교육이 당연한 현대 한국 청소년들에게도 일침을 날린다.


주인공이 만난 인물 중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은 파버이다. 클라리세가 '호기심'을 의인화했다면 '파버는 이성과 지식을 의인화한 것 같은 사람이다. 그는 소설 속의 미친 시대에도 한 줄기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티는 끈질기지만 무력한 인간이다. 이 두 인물을 만난 후 벌어지는 주인공 심경의 변화를 잘 묘사한 것과 현대 사회에 판치는 반지성주의를 소름 돋게 예견한 점이 이 소설이 지닌 강점이다.


그러나 조금 짧은 분량과 급전개는 확실히 단점이라 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클라리세를 조금만 더 섬세하게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감명깊었던 파버의 대사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당신은 이와 같은 책들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소?  왜냐하면 이런 책들은 좋은 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질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 내게는 짜임새를 의미하오. 책은 아주 세밀하게 짜여진 것이오.

아주 작은 숨구멍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붙어 있소. 자기 나름의 뚜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단 말이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여전히 짜임새가 보일 정도로 아주 세밀하게 엮인 것이오. 현미경을 통해서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와 깨달음을 발견할 것이오.

책장 하나하나마다 얼마나 진실된 이야기들을 얻을 수 있는지 이것이 내가 내리는 질의 정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