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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18세기 즈음 소설들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물론 아는 사람이 적으니 감상문 올려도 추천 수만 올라가는 슬픈 경험도 했지만. 보통 문학 고전이라 한다면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 서사시와 비극들, 셰익스피어 등의 희곡, 그리고 19세기의 명작 소설들을 떠올리기 때문에 시대 사이사이에 위치한 작품들은 그다지 이름이 알려져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위험한 관계》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한다. 내용은 단순히 프랑스 사교계의 비도덕적이고 쾌락주의적인 방탕한 삶이라는 지겹도록 익숙한 소재에 오늘날 막장 드라마에 비하면 그 막장도도 떨어져 시대의 반짝임 정도로 묻히는 취급을 받는 그런 부류 말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 전개 위주의 편협한 시각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저런 시각으로 볼 것이라면 도대체 읽을 소설이라는게 남아있기나 할까? 모든 소설은 동일한 내용의 서로다른 표현인데 말이다. 시대 간의 그리고 작품 간의 그런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공통점에 대해 깨닫지 못하는 고전 문학의 독서는 내 생각에 시간 낭비나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프랑스 사교계의 불륜과 막장 드라마. 특이한 점이라면 등장인물들 간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내 출판한 컨셉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서간체 소설이다. 유명한 서간체 소설들인 리처드슨의 《파멜라》나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 같은 작품들과 다르게 한 인물의 편지가 아닌 여러 인물들의 편지를 되도록 시간 순서에 맞춰놓았기 때문에 독자는 사건의 진행을 편지 속에 언급된 내용에서 유추해 가며 읽어야한다.
재밌는 점은 이 '다수의 인물들의 편지'라는 방식 덕에 독자가 알게 되는 진실은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것이다. 같은 일은 겪었다 해도 편지에서 밝히는 감정의 차이, 배후의 계획 등으로 인해 사건의 의미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소녀의 낭만적인 사랑인 줄 알았던 밀회가 사실은 소녀의 어머니를 겨냥한 음모의 시발점이었다던가 말이다. 결국 등장인물들도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만을 편지에서 서술할 수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편지는 두 명간에 주고받는 소통 방식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대화에 비해 누군가로부터 숨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 좀 더 은밀하고 내면적인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편지는 한편으로 무수한 변수를 낳기도 한다. 비언어적, 반언어적 요소들로 짐작이 가능한 대화에 비해 상대방의 문장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의 선택에 의해 검열된 진실과 감정같은 정보들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거기다 사실 정말 일대일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와 같이 봤던지 아니면 다른 이가 불러주는 문장을 받아적었는지 등은 수신자와 송신자가 알아내기 힘든 일에 속한다. 대화에 비해 상황에 대한 변수가 너무 많아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카톡 등의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다 느낀다.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변수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보낸 카톡을 제대로 알아들었을지, 사실 다른 사람과 보는 것은 아닌지, 다른 이가 받는 것은 아닌지, 나에게 온 카톡이 정말 그 사람이 보낸 건지 등등.
최초의 편지는 편리에 의해 탄생했을 것이다. 인류가 활동범위를 넓혀가며 정보의 빠른 전달이 어려워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가 편지 아니었을까? 그러다 어느 순간 부터 이런 편지에 개인적이고 내밀한 의미가 부여되면서 두 사람같의 비밀을 공유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편지가 비밀을 지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양쪽 모두 비밀을 지킨다 해도 편지 자체가 그 정보를 유출할지 누가 알겠는가? 편지지로부터 나온 내용이 지저분한 욕망 싸움의 무기로 둔갑할지는 깨닫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난 여전히 카톡으로 비밀스러운 얘기를 보내지 않는다. 과거 편지보다 우연한 정보 유출이 강화되었음에도 카카오톡 데이터베이스에, 거의 영원에 가깝게 남아 있을 곳에 굳이 저장하고 싶지는 않다. 인터넷에 남긴 글귀 하나마저 칼이 돌아오는 시대에 원래부터 취약하던 문자 전달에 내 삶을 걸고 싶지는 않다.
님들 카페인에 취해봄? 카페인에 취하면 이런 병신같은 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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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네 커플 보인다. 그들 사이에서 포크너 읽기..... 후후 이 정도면 독붕력 십만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