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성탄절이 다가왔다.
성탄절 전야부터 죄수들은 노역에 나가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술을 들여오느라 분주했고 어떤 사람은 알고 있는 수다쟁이들을 만나러 가거나
성탄절에 맞추어 이전에 끝낸 일에 대한 빚을 걷으러 다니기도 했다.
바끌루신과 연극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에게서 연극에 필요한 의상을 빌리기 위하여 돌아다녔다.
다른 사람들은 남들이 안달을 하고 신경을 쓰는 것처럼 자기들도 안달이 나고 신경이 쓰인다는 표정으로 돌아다녔는데,
예를 들어 몇 명은 어느 구석에서도 돈을 받을 곳이 없으면서 마치 자기들도 역시 누구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것처럼 생각하는 듯했다.
한마디로 모든 사람들은 마치 내일에 대한 어떤 변화와 예기치 않은 그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저녁 무렵, 죄수들의 부탁을 받고 시장에 갔던 상이 군인들이 갖가지 종류의 식료품을 가지고 왔다.
죄수들 중의 대부분은 1년 내내 자기의 몇 코페이카까지도 모으는 가장 검소하고 절약하는 사람들까지도 이런 날에는 인색하게 굴지 않고 충분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자기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성탄절은 죄수들에게 참된 축제일이었다. 이날 죄수들은 노역에 나가지 않아도 되며, 그런 날은 1년에 불과 3일밖에 없었다.
누가 알고 있겠는가, 마침내 그러한 날을 맞이하여 이렇듯 버려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흔들거리고 있는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대재일이 어려서부터 기억 속에 선명히 아로새겨지게 마련이다. 힘든 노동으로부터의 휴식의 날이며,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기도 하다. 감옥에서는 괴로움과 슬픔 속에서 그런 날들을 회상할 수밖에 없다.
장엄한 날에 대한 존경심은 죄수들에게서 일종의 형식적인 것으로 변모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일이 없어도 마치 무슨 일 때문에 바쁜 것처럼 심각해 하기도 했다. 그들은 마음 한구석에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담아 두려고 애썼다. 죄수들의 이러한 분위기는 어떤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 대재일에 대한 선천적인 경건함을 제외하고라도, 죄수들은 이 재일을 지킴으로써 자기가 모든 세계와 접하고 있으며, 그래서 자기들은 결코 버림받은 사람도, 죽어 가는 사람도, 빵부스러기 같은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감옥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것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나마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이것이 자명하다고 이해하거나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우정 같은 것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 것은 감옥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남과 교제를 할 때면 냉담해지고 메마르곤 한다. 그런 그들이 서로 마주치면 성탄절 축하 인사를 했다. 지금까지 한 달 내내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사람들까지도..
그런 성탄절의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면 슬픔과 우수가 취기와 방탕 사이에 뒤섞여 어렴풋이 나타난다. 한 시간 전만 해도 끝을 볼듯 술을 마시며 웃고 있던 사람이 어딘가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벌써 두 번이나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친구들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토로하고 슬픔을 털어놓으려고 쓸데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이 불쌍한 사람들은 모두가 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 대재일을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맙소사! 그러한 사람들에게 이날은 슬프고 힘겨운 날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은 결국 이날을 마치 어떤 희망에 속아서 보낸 것과 다름없었다. 빼뜨로프는 벌써 두 번이나 나에게 달려왔다. 그가 하루 종일 마신 술이라고 해봐야 너무 조금이라서 거의 마시지 않은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인가 예기치 않았던 축제 기분이 나게 하는 즐거운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처럼,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그가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는 이 옥사에서 저 옥사로 옮겨다니며 무언가를 차분하고 순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감옥 안은 조금씩 혐오스러워지고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어쩐지 슬퍼져서 그들 모두가 안쓰러웠으며 그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괴롭고 답답했다..
도끼 죽음의 집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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