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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보르헤스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소재는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나는 보르헤스 작품의 텍스트라는 개념을 '소설에서 소설을 빼고 남은 글자들'로 이해했다.

그리고 보르헤스는 이 텍스트들을 가지고 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문과 가능성들에 대해 작품으로 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 한 국가의 색깔과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 형태의 텍스트 구성 방식은 무엇인가?-보르헤스의 많은 작품들. 사실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만의 색깔을 담아낸 작품들을 많이 쓰려고 했다. 이것이 보르헤스 작품의 진입장벽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재가 가우쵸니 칼잡이들이니 노예니 하니 익숙하지가 않다.

2. 텍스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복잡한 기교로 이루어진 퍼즐과 미로-'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마지막 반전이 훌륭한 작품. '허버트 쾌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자.

3. 텍스트가 미래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또 그 영향은 어떻게 지속되는가?-'배신자와 영웅에 대한 논고'. 보르헤스는 은근 미스터리에도 강점이 있음.

4. 텍스트로 이루어지는 정교한 거짓말. 보르헤스의 작품들에는 완전히 뻥인 것을 진짜인 것처럼 표현하는 글들이 많다. '유다에 관한 세 가지 다른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픽션들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으며, 오로지 텍스트의 틀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30교파'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5. 텍스트는 완전히 같지만 그 텍스트로 만들어진 소설은 다를 수 있는가?-'삐에르 메나르, 돈 키호테의 저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보르헤스 최고명작. 꼭 읽어봤으면 한다.

이렇게 텍스트에 대해 많은 해석을 내놓은 보르헤스지만 추리소설가, 판타지 작가로 보아도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가가 보르헤스라고 생각한다. 글들도 다 짧으니 한번씩은 읽어봤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