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정신은 똑바로 흐르지 못한다. 책을 읽을 수가 없다. 글자와 생각들이 똑바로 흐르기 때문이다. 글도 쓸 수가 없다. 긴 문장은 물론이고, 짧은 문장들도 몇 문장 이상 쓰다보면 엉켜버린다. 머릿속에서 시종일관 울리는 자기혐오의 목소리는 더 큰 장애물이다. “너의 글은 글이 아니라 토사물이야. 배설물이야. 넌 병신이야. 소설가라도 되려고 그러냐? 넌 소설가가 아니야. 너의 글을 본 몇몇 타인들이 널 병신 취급했지(크게 칭찬하며 소설가가 되라고 해준 다른 몇몇 타인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넌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감정을 배설하고 싶은 거야. 넌 그냥 불쌍한 놈이야. 현실에서 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준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경험은 오직 글을 통해서만 해봤으니까, 아직까지 한심하게 글쓰기에 매달리는 거야. 넌 예술가 따위가 아니야. 너 글 존나 못 써. 넌 교양이 부족해. 너 할 일이나 제대로 해.”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몇 글자 써나가다 보면 목소리가 점점 증폭되어 견디기 어려운 수준에까지 이른다. 그러면 나는 펜을 내려놓고 뺨을 세게 후려치거나 이상한 소리를 지르거나 틱 장애인처럼 욕을 하거나 조커처럼 웃거나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벌써 지쳐버린다. 하는 수 없이 옆에 놓여 있는 책을 집어 든다. 몇 글자 읽다가 아까 왜 이 책을 다시 내려놓았는지 기억하고 다시 내려놓는다. 내 고통과 연결되지 못하는 글들은 마치 모르는 외국어처럼 전혀 읽히지 않는다. 이렇게 쓰면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는 똑바로 흐르기 때문이라는 나의 첫 문장들은 거짓이 된다. 이처럼 몇 문장 쓰기도 전에 문장들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며 엉켜버린다. 생각을 똑바로 할 수가 없다. 아무튼 그래서 책도 내려놓고 펜도 내려놓는다. 보통 이 시점에서 폰을 집어 든다. 그러면 기나긴 방종이 시작된다. 좀비가 된다. 시간을 낭비하는 죄는 단테의 지옥으로 치면 몇 단계에 해당할까? 폰을 집어 들지 않았을 경우엔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생각을 똑바로 할 수가 없어서 결국 폰을 집어 든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거의 괴로운 기억이 갑자기 아무렇게나 떠오른다. 그러면 나는 뺨을 치거나 괴상한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한다. 조커처럼 웃기도 한다


책 얘기: 토드 메이의 <부서지기 쉬운 삶>이 왜 이렇게 안 읽히지 번역 문제인가 문체 문제인가 아니면 그냥 내용이 병신같이 돌고 돌아 꼬이기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