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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라는 장르 자체는 현재 매우 큰 벽에 부딪혀 있다.


알다시피 미스터리 장르는 두뇌 퍼즐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다. 당연히 문제는 어려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곳곳에 넘쳐나는 cctv, 갈수록 발달하는 기술, 과학수사 등으로 인해서 '풀 수 없는 범죄를 푼다'라는 미스터리 장르의 기본적인 클리셰가 먹혀들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 사회가 아니라 19세기, 1950년대 등에 일어난 범죄를 수사한다던지 하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솔직히 그건 패배선언이잖아. 미스터리 작가들도 쫀심이 있는 사람인지라 '현대 사회에서도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로 한다. 현대의 미스터리 장르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 특별한 상황이나 비일상적인 공간. 단간론파 시리즈같이 강제로 갇혀서 살인 게임을 해야한다거나, 높으신 분들 사이의 일이라 조용히 처리해야 해서 경찰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2. 아예 사건이 중심이 되지 않는다. 한 여성이 살해당한다고 하자. 보통 미스터리 소설은 이 여성이 살해당한 방법, 용의자의 알리바이 파훼 등등으로 소설을 끌어나가겠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여성을 누가 어떻게 살해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살해당했는지, 여성이 정말 살해당해야만 했는지를 묻는다.


3. 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한다. 지금 소개할 작품인 시인장의 살인은 놀랍게도 좀비물+밀실살인이라는 정신나간 조합을 자랑한다.


그렇다. 시인장의 살인은 누구도 합치지 못할 거라 생각한 두 작품을 합쳐버렸다. 이전까지 녹스의 10계니 반 다인의 20칙이니 하면서 초자연적인 현상도, 비일상적인 공간도, 특별한 상황도 개입하지 않는 것을 철저히 원칙으로 하던 이전까지의 미스터리에 야심차게 좆까!를 외친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2018년 당시의 웬만한 미스터리 상을 싹 쓸어갔다. 논란이 일었다. 왜일까?


미스터리 장르라는 쪽에서 이 작품을 평가해 보자면... 트릭이나 작중 상황이 작위적이라는 점이 크다. "어? 3층 막아둔 바리케이트 부서질 거 같은데?" 하고 안고친다. 수면제를 먹였더니 그대로 5~6시간 잔다. 여대생 나와서 잔인해서 못보겠다며 기절하고, 쓸데없이 점호하고.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작가가 이 작품이 첫작이기 때문에 미숙하다는 것 때문에 인정해 줄 수 있다. 아니 첫 작품에서 이 정도 썼으면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왜 까이느냐?


'시인장의 살인' 을 읽어보면서 느낀 가장 병신같은 점은 히로인이었다. 그렇다 씨발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면서 히로인이 존재한다. 그것도 무려 부잣집 아가시에, 홍차를 마시고, 주인공 빠순이고, 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했고, 어렸을 때부터 불운이 꼬였고, 명탐정으로 암암리에 유명하기까지 하다. 코난이나 김전일마냥 가는 곳마다 살인이니 뭐니가 터진단다. 그래서 주인공이 자기 조수 해줬으면 좋겠단다 어쩌고 저쩌고.


나도 씹덕이지만 씨발 미스터리 소설에서까지 이 지랄을 봐야 하나? 미스터리가 트릭 풀고 범인 찾는 재미지 모에한 히로인을 보는 재미가 아니라고.


그러면서도 또 탐정 역을 맡은 캐릭터들이 라노벨스럽게 행동하는가? 행동 자체는 기존의 탐정역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아니 그대로다. 코난이나 긴다이치 코스케가 그랬듯이 맨 마지막에 애들 모아놓고 범인은 당신이야! 그리고 물증은 여기 있어! 한다. 이럴꺼면 그냥 저 등신같은 라노벨 설정을 안넣어도 되는 거 아니었나?


더 빡치는 건 이렇게 미스터리 소설의 라노벨화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위에서 말한 미스터리계의 개혁. 이렇게 만들어진 신 미스터리계는 여러 장르와의 콜라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스터리+학원물=단간론파. 미스터리+SF=인격전이의 살인. 이런 식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를 하다 보면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설 곳은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스터리는 잊혀진다. 미스터리 팬들이 이 작품에 호불호가 갈렸던 이유는 그래서다. 이 소설이 미스터리계에서 1위를 먹었다는 건 미스터리가 진짜로 위기에 다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물론 내가 미스터리 소설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꼰대새끼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나처럼 순수 미스터리만 좋아하는 꼰대 아스퍼거가 아니거나,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읽거나, 씹덕내에 무감각하거나 한 사람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한줄평가 : 나쁜 작품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도 아님. 보통 이런 걸 호불호 갈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는 불호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