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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어느새 2019년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다. 6월쯤에 독갤 시작해서, 카라마 읽기 가이드, 라캉 좆목 시리즈도 써보고, 세카이계 떡밥도 뿌려보고, 노벨상 수상 작품들도 읽어보고... 의외로 많은 걸 했던 것 같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재밌게 본 책들 소개나 하고 마무리하려 함. 


올해는 비문학보단 문학을 많이 봤고, 그중에서도 특히 국문학을 많이 봤음. 작년까지만 해도 일문학 노문학 중심으로 읽었고, 국문학은 도저히 손을 못대겠다 싶을 정도로 흥미가 없었는데 올해 들어 많이 친숙해졌음. 


비문학 중에서는 라캉 좆목 시리즈 쓸 때 참고했었던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의 <자크 라캉>, <현대철학의 광장>(조광제), <당선, 합격, 계급>(장강명), 월든(소로) 등등을 재밌게 봤음. 


그리고 대망의 문학! 내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서 결산을 해봤음. 작품성 40%, 내 맘 100% 도합 140%로 정했으니 이의는 받지 않겠음! 그럼 Top 10부터 시작.


10.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쿳시)

쿳시 책을 처음 읽어봤는데, 술술 잘 읽히더라. 내용도 그럭저럭 산뜻?하다 해야하나...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음. 다음 해에는 쿳시의 다른 작품도 읽어 봐야겠다.


9. 고래 (천명관)

사실 기대를 많이 했었음. 독붕이들이 인생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책들 중 하나가 고래라고 하길래... 기대만큼은 못 미쳤지만, 기존 소설들과는 많이 다른 전개를 보여준 듯. 아무리 봐도 금복 부분은 잘 쓴 것 같은데 춘희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8. d에게 보내는 편지 (앙드레 고르)

https://m.dcinside.com/board/reading/89919


독붕이들에게는 조금 버거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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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설은 아니고 실제 편지임. 그렇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 같아서 문학적인 가치가 있다고 봄. 분량도 매우 짧으니 한번쯤 읽어보는걸 추천함.


7. 태백산맥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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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9월 20일 대략 40여일간에 걸쳐 읽은 태백산맥. 사실 내가 장편 성애자라서 더 좋게 평가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다보니... 특히 독갤에선 엄청 까이는 중이지만, 내용 자체는 재밌는 편임. 다만 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문체가 너무 투박해서 그렇지. 만약 대하소설을 처음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태백산맥은 지양하라고 말해두고 싶음. 


6. 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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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답게 유려한 문체로 사람들의 내면을 파고드는 글을 잘 썼다고 생각함. 나도 어렸을 때 체격이 작은 편이어서 그런지, 주인공이 느끼는 '강함을 향한 동경' 같은 감정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었음. 사실 작품 내용보다도, 뒷장 평론 부분에 나와있는 문장이 더 맘에 들었음. 

"어떤 인간에게도 저마다의 드라마가 있고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으며 제각각의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어른들은 생각하지만, 청년들은 자신의 사정을 세상에서 유일한 예인 것처럼 생각한다."

특히 미시마처럼 자의식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쓴 경우,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남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마저도 누구나 밟고 지나가는 단계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성찰이 인상깊게 다가왔음.


5. 백치 (도스토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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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하다 혼란해! 어떻게 작품이 조용한 때가 없고 어찌나 난장판이 벌어지는지, 특히 1부에서 10만 루블 불구덩이 속에 던질 때나 마지막에 와서 아글라야vs나스따시야 싸울 때가 제일 재미 있었음. 다만 아쉬운 점은 도끼 특유의 '철학적 인간'이 부재하지 않았나... 굳이 말하자면 이뽈리트가 있긴 한데, 얘가 준 임팩트는 악령의 키릴로프나 카라마의 이반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수준인 듯 함.


4. 황제를 위하여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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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답게 글빨도 죽여줬고, 내용 자체도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대학생들이 억지로 연기하는 부분은 압권이었음. 


3. 표백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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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온 국문학 소설 통틀어서 제일 재밌게 읽은 작품. 현대판 악령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여자 스타브로긴을 보고 싶은 독붕이들에게 강추!


2. 생의 이면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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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갤에서 강추하는 책이어서 읽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봤던 작품. 특히 초반에 박부길 아버지가 죽고 무덤을 태우기까지의 이야기는 소설보다는 신화에 가까울 정도로 인상적인 서사였다고 생각함. 오히려 종단이 만나고서부터 이야기가 조금 밍밍해진 것 같다. 특히

"현실이 행복해 죽겠는 사람은 한 줄의 글을 쓰고 싶은 충동도 느끼지 않는다. 오직 불행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때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불행한 현실에 마취제를 주사한다."

특히 이 문장이 인상 깊었음. 나말고 다른 독갤러 리뷰에서도 한번 언급된 것 같긴 한데.


1.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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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1등인 작품. 올해의 제일 큰 성과이자 행운은 토지를 완독한 일이라 생각함. 3.20~5.8일까지 약 50여일간에 걸쳐 읽었고, 여름방학에 재독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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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3부 3권, 김환이 자살하기 직전의 부분을 제일 재밌게 봤음. 오늘 1년 끝나가는 기념으로 3부 3권만 가볍게 읽고 왔음. 

"여자의 목소리는 진달래 꽃의 이파리가 되고, 꽃송이가 되고, 계속하여 울리면서 진달래의 구름이 되고, 진달래의 안개가 되고, 숲이 되고, 무덤이 되고, 붉은 빗줄기, 붉은 눈송이, 붉은 구름바다, 그 속을 걷고 있다는 환각에 빠져 쓰러지면은 꿈속에서 오열하였고 꿈속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중략) 지금은 꿈속도 아니요 진달래의 눈보라, 붉은 빗줄기, 구름바다의 환각도 아닌데 환이는 눈을 감은 채 오열한다. 눈물도 아니 흘리고 몸짓도 아니하면서 환이는 통곡하는 것이다."


뭐, 대충 이렇게 마무리하면 될 듯. 다음해에는 조금 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봤으면 좋겠고, 토지 영업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