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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문학 중 인상 깊었던 여덟 편만 짧게 감상평 써봄(스포 없음)
1. 오에 겐자부로 - 만엔 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이자 중기작. 주인공의 장황한 독백으로 시작해서 다른 인물들의 내면과 그에 얽힌 역사적 배경까지 파고듦. 슈퍼마켓 천황이라고 불리는 조선인들에게 반감을 가진 동생과 그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형의 대립. 그리고 동생의 충격적인 고백. 인간의 보상심리와 진정한 구원의 길을 자문하는 소설. 초기 단편과 개인적인 체험도 좋지만 오에 문학의 정점은 만엔 원년의 풋볼이라고 생각함.
2. 가르시아 마르케스 - 썩은 잎
마술적 리얼리즘의 원류이자 마르케스의 처녀작. 퇴역한 대령과, 대령의 딸과, 그녀의 아들, 이렇게 세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됨. 마을에서 버림 받은 의사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그 의사의 장례를 도맡은 대령. 가상의 마을 마콘도를 배경으로 '썩은 잎', 즉 사회 구조의 부정 부패를 폭로하는 작품. 거장의 첫 작품 답게 세계관이 탄탄하게 짜여 있음. 독갤에서 언급된 적이 없길래 뽑아봄.
3. 밀란 쿤데라 - 농담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이자 대표작. 역사의 실수가 초래한 비극. 읽다 보면 농담 한 마디에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주인공 루드비크에게 연민을 갖게 됨. 각 챕터마다 주인공들의 시점이 바뀌는 것도 흥미로움. 당에서 추방당한 작가의 경험이 잘 묻어나는 작품임. 좋은 글귀가 많았던 것 같음.
4. 페터 한트케 -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한트케의 자전적 소설. 주인공이 떠난 아내를 찾아 미국을 횡단한다는 스토리지만, 한트케는 이야기로 소설을 전개해나가는 스타일의 작가가 아니므로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 주인공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집중적으로 묘사된 작품. 표면적으론 아내를 찾아 떠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소설.
5. 엘프리데 옐리네크 - 피아노 치는 여자
남편의 대체품으로 여기며 키워진 딸이 왜곡된 성적 욕망을 갖게 되는 이야기. 노골적인 성애 묘사가 굉장히 파격적인 작품. 하루키가 같은 내용으로 소설을 썼다면 야설이 탄생했겠지만 옐레니크는 자칫 외설로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예술로 성공적으로 승화시킴.
6. 다니자키 준이치로 - 미친 사랑
노벨문학상에 근접한 작가 중 한 명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 12살 연하인 15세 소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작가의 무한한 여성숭배와 미에 대한 찬탄이 깃든 소설. 기존의 정조 관념을 완전히 거구러뜨린다는 느낌이었음. 굉장히 세련된 작품.
7. 사드 - 미덕의 불운
일평생 미덕을 쫓은 쥐스띤느의 파멸을 그린 소설. 정말 꿈도 희망도 없음. 읽는 내내 암울하고, 세카이계 애니메이션을 볼 때 느꼈던 막막함이 듦. 사드의 악명답게 외설과 폭력으로 얼룩짐. 필력은 대단한데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썼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듦.
8. 가즈오 이시구로 - 남아 있는 나날
대저택의 집사인 주인공이 며칠 간 휴가를 얻게 되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 진부할 수 있는 주제를 잘 끌어 쓴 것 같음. 처음엔 좀 지루한데, 후반부는 재밌음. 난 인상 깊게 읽었는데, 호불호가 좀 갈리긴 할듯. 작가 데뷔작인 '창백한 언덕 풍경'도 그런대로 괜찮음.
한트케 그 긴이짧편을 구성하는 두개의 책 안톤 라이저와 녹색의 하인리히 를 읽어보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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