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른 소설이 하나 있다.
한때 내 우상이자, 내가 존경하고 좋아했고, 내가 유일하게 모든 소설들을 찾아 읽었던 이외수 선생님의 작품이다.
이외수의 소설 중 이런 장면이 나온 걸로 기억한다. (소설 제목이 괴물인지, 벽오금학도인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산속에서 징을 친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경멸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 바이올린을 배운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아들은 아버지를 꺾기 위해 아버지와 음악으로 승부를 보게 된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산에서
아들은 힘겹게 바이올린 조율을 맞춰서 현란한 연주를 마친다.
하지만 아버지는 힘들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단 세 번 징을 울리겠다고 한다.
오로지 폭포수에 자신의 몸과 징을 맡길 뿐이다.
징을 한 번 울리니 폭포와 하나가 되고
두 번 울리니 세상과 하나가 된다.
세 번째는 징을 울리지 않는다.
아들이 왜 세 번째는 징을 치지 않냐고 물으니
아버지는 이미 징 소리가 울리지 않았냐고 답한다.
징을 치지 않아도, 징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이미 세상에 울려퍼졌으니까.
아들은 무음의 선율에 패배를 인정하며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알레르기로 목이 아파 노래를 부르지 못했지만
내게 있어서 프로듀스48에서의 모에는
이외수의 소설 속 아버지의 징 소리와 같았다.
울리지 않았지만 그 어떤 기교나 선율보다 아름다웠다.
나는 더 이상 프로듀스48에서 여러 소녀들의 경연을 볼 이유도, 필요도 느낄 수 없었다.
모에의 춤사위로 이미 모든 것이 끝났고
공허한 내 마음 안을 가득 채웠으니까.
모에의 춤사위와, 모에를 대신할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
나는 지금까지 독서에 특별한 목표를 가지지 않았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읽었을 뿐이다.
남들이 올해 독서 목표! 무슨 책 몇 권 읽기, 어떤 작가의 작품들을 다 읽기! 이런 얘기를 할 때
그런 걸 굳이 해서 뭐 하냐? 하는 심정으로 속으로 조소를 날렸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나도 목표가 생겼다.
더 열심히 읽고
독서를 통한 경험으로 내 어휘력을 늘리고 싶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등단을 목표로 한다거나 더 오글거리는 글로 독갤러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이유도 아니다.
단 한 사람, 고토 모에를 더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서 독서를 통해 어휘력과 텍스트의 경험을 쌓고 싶다.
나는 너무도 부족하다.
글밥으로 먹고 살거나 등단을 하거나 문학상을 받거나 학창시절처럼 백일장에서 문화상품권을 받거나 이런 이유에서가 아니다.
이제는 세상 모든 이들보다 글을 못 써도 좋다.
단지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글로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만화 바키 시리즈에서 주인공 한마 바키가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은 지상 최강의 사나이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자신의 아버지 한마 유지로보다 강해지길 바랄 뿐이다.
한마 유지로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라면
자신은 두 번째로 약한 존재만 된다면 괜찮다고 한다.
예전엔 바키의 대사를 보며 저게 무슨 헛소리냐 하는 식으로 비웃었는데
이제 그 뜻을 알겠다.
단 하나의 목표만 이루면 된다.
그것은 세상과 남들이 추구하는 어떤 경지나 목표와는 별개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목표만을 이루면 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 독서를 하고 좀 더 기량을 연마할 것이다.
이전에도 항상 그래왔지만, 내가 진심을 담아 쓰는 모든 글에는 언제나 그녀가 존재했으니까.
그녀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읽고, 쓰고, 느끼고, 받아들였으니까.
고토 모에.
종교인들이 경전을 볼 때마다 신의 뜻과 말씀, 그리고 사랑을 가슴에 새기듯이
나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녀를 떠올릴 것이다.
다른 그 어떤 것도, 내 독서 행위에 의미는 없으니까.
살아있으니까 독서를 했던 내 가치관에 하나의 이유가 더 추가됐을 뿐이니까.
앗 나코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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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이지만 나는 욕하지 않는다. 섹스 피스톨즈의 불법 해상 공연으로 경찰들에게 연행되는 와중에도 시드 비셔스와 낸시 스펀겐은 서로 껴안고 혼란 속에서 함께 빠져나온다. 프듀48이 주작으로 얼룩졌어도, 나와 모에를 잇게 해준 방송 프로그램이기에 부정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때론, 흙탕물 한가운데 피어난 꽃 한송이와 같으니까.
아 ㄴㅏ미쳤나봐 왜 얘글만보면 개터지냐ㅋㅋㅋㅋ 존나웃김ㅋㅋㅋㄲ - dc App
으음.. ㅎㅇ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