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5fa11d028314c091b806630214948cc6fbd1155c69eccd9e8ded2705e90316567bc92eb0f9b635566c54e2cb0a1eb4f1a6b2673f691890c



  < 악의 > -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양윤옥 옮김


 

예전에 누가 게이고 최고의 작품이라고 추천해줘서 빌려 읽게 됐다. 솔직히 타인의 추천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입장이라서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꽤나 인상 깊게 읽었다.

고양이를 죽였다고 자백하는 히다카. 고양이의 이름이 니미. 이름부터 니미 염병할 느낌이다.

일본 여자의 원한을 사다니, 부럽다. (?) 게다가 여러 여자들한테 시달리며 사는 듯하다. 내 취향이다. 흐흐. (??)

자택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히다카. 호기심에 나무위키로 범인의 정체를 알아버렸지만 애써 모른 척하고 읽으며 감상을 진행하려고 한다. 흑흑.

노노구치를 아는 체하는 가가 형사. 여기서도 가가 형사가 등장한다. 가가 시리즈인 줄은 몰랐다. 이번에 읽는 가가 형사 시리즈는 부디 재밌기를.

노노구치가 의심스럽다. 초반부터 의심스럽긴 하다.

노노구치가 애들의 독서를 안 하는 원인을 책을 잘 모르면서 추천하는 부모들 탓이라는데 그 의견에 동의한다. 역시 책은 나 같은 책덕후가 추천해 줘야 한다. 모르면서 책이 무조건 좋다고 나대는 짓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 집사람 리카짱은 나 같은 남자 덕분에 자녀의 독서 지도를 걱정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

노노구치가 사건에 대해 일일이 써두는 게 수상하다.

75페이지부터는 가가 형사의 시점이다. 가가와 노노구치는 무슨 관계인 걸까? 둘 다 교사 시절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 사건과 관계가 있는 걸까?

85페이지부터 다시 노노구치의 수기로 돌아가 진행된다.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조짐이 보인다.

책의 분량 중 절반이 지나가기도 전에 노노구치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동기는 의문스럽다. 이 소설은 범인이나 해답보다 라는 질문과 원인에 더 초점을 둔 것 같다.

문득, 영화 올드보이가 떠올랐다. ‘누가가 아닌 라는 질문을 하라는 최민식을 향한 지적이 떠오른다.

얼음의 문원고에 답이 있나? 꽤 복잡한 사연이 있는 걸까? 설마 노노구치가 피해자의 대필 작가라고?

취조 중에 노노구치가 암에 걸려 입원한다. 이건 또 뭔 상황이냐? 무슨 막장 드라마를 보는 줄 알았다.

범행 동기에 대해 끝까지 입을 닫는 노노구치.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노노구치의 집에 히다카 구니히코의 전처의 사진이 발견된다? 내 추측대로 둘 사이에 여자 문제가 얽힌 듯하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점차 하나 둘씩 뭔가가 튀어나온다. 뭐랄까. 소설의 구성이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라는 노래처럼 간주와 노래의 위치를 일부러 바꾼 듯하다. 먼저 범인이 누군지 알리고 그 과정과 동기와 이유를 파헤친다. 나름 참신한 시도라고 본다.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본심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꾸만 말을 돌리며 숨기는 노노구치가 답답하다. 고문을 해서라도 진실을 실토하게 하고 싶다.

구니히코의 나이프에 노노구치의 지문이 발견된다? 이건 또 뭘까? 소설이 진행할수록 의문만 늘어난다.

2000년 작품이라 그런지 시대의 흐름이 느껴지는 요소들이 종종 보인다.

숨겨진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는 와중에 다시 노노구치의 시점으로 돌아온다. 밀당도 적당히 하자. 경찰도, 독자도, 너의 묵비권 행사와 거짓말에 질린다.

절반이 지나서야 드디어 사건의 진상을 고백한다. 독백 형식의 문체가 어딘가 에도가와 란포를 떠올리게 한다.

히다카와 노노구치의 과거 얘기를 보니 아는 문청들과 함께 어울리며 글을 쓰던 시절이 떠오른다. 다만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다.

그리고 문학인들끼리는 함께 붙어 있으면 위험한 듯하다. 어딘가 잠재되어 있던 내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노노구치가 히다카의 평가를 받고 슬럼프가 온 게 이해된다. 나도 그래서 한때 독서와 글쓰기가 싫어졌다. 온갖 헛소리를 내뱉으며 깎아내리는 동료 글쟁이들 때문에 살인충동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설마 히다카가 일부러 혹평하면서 친구의 작품을 훔친 건가? 불쾌하지만 나도 당해봤던 일이다. 의외로 문단 내부에선 더 잘 쓴 놈이 장땡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아마추어나 타인의 글을 표절하는 경우가 은근히 있다. 대놓고 내 글을 자기 방식대로 멋대로 고쳐서 허세를 부리거나 대신 써먹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염치없는 쓰레기들도 있었다. 이래서 합평이나 첨삭, 평가를 함부로 받으면 위험하다. 게다가 난 소설은 아니지만 기사 쓰기 알바를 남의 이름으로 한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죄다 불편한 얘기들이다.

하츠미도 정상이 아닌 듯하다. 남편 히다카 몰래 불륜을 저지르다니. 히다카는 히카다대로 노노구치의 작품을 질투해 작가의 꿈을 갖는 것을 방해하다니. 허나 그럴 듯한 얘기다. 못돼먹은 예술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건 함께 지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지적하면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날카롭게 반격한다. 인성 좋은 예술인이나 창작인을 만난다는 건 집창촌에서 숫처녀를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히다카 같은 유형은 이기적이고 자아가 비대한 창작인들의 평균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믿기 힘들겠지만, 히다카의 인성이 특별히 나쁜 게 아니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창작인 혹은 문인의 모습이다. 빙다리 핫바지 같은 등단을 준비하는 문청들뿐만 아니라 글밥 먹고 사는 문인들이나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들 중에도 존재한다. 이 파트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서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분량 문제로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