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사람에 관한 보르헤스의 단편입니다.


주인공인 푸네스는 어느날 낙마 사고로 완전 기억 능력을 가지게 되고, 화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 뒤, 죽습니다. 화자는 푸네스와 나눈 대화를 회상하면서 현학적이지만 생생하게 완전 기억 능력의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묘사합니다. 그러나 좀 더 읽어보면 완전 기억 능력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푸네스는 놀라운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고, 여러 언어들을 어렵지 않게 습득하지만 머릿속에 들끓는 기억들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못합니다. 푸네스가 받아들인 기호들은 통합되지 않고, 단지 무의미한 조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화자가 지적했듯이 망각을 통한 추상화와 일반화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온전히 생각하기 위해서는 기억뿐만이 아니라 망각도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기억 보조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억 보조 장치들이 사람들의 사고를 돕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푸네스가 그랬듯이 '3시 14분에 측면에서 본 개가 3시 15분에 정면에서 본 개가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망각보다는 단순한 기억이 더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뛰어난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지각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푸네스와 사람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곧 제가 푸네스를 동정할 처지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 7장짜리 단편소설은 분량에 비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잘 만들어진 소설이기 때문에, 단순한 읽는 즐거움도 주었습니다. 푸네스의 신비로움과 아름답고 세밀한 묘사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화자가 채택한 간접 서술 방식은 푸네스의 대사를 줄이고, 독자가 대화의 많은 부분을 스스로 상상하게 함으로써 푸네스를 더 신비롭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