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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자마자 보이는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라는 문구만으로도 상당히 신랄할 책이라는 예감이 왔다. 실제로도 그랬고. 살기 끔찍할 정도로 힘든 빈민가를 배경으로 해서 반사회적 인물 라이오넬을 현명한 조카 데스먼드가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런 인물이 돈의 힘을 업고 어떻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 될 수 있게 되는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글을 재밌게 쓰는 게 괜히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풍자 소설들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지, 고질적인 문제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부분이 거슬린다. 예를 들어보자.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은 자신의 할머니와의 성관계를 고백한다. 당연히 어지간하면 현실에 없을 법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게 말이 되게끔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말도 안 되는 배경을 제시하는데, 여기서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60년 넘은 것이 하나도 없"고, "국제 출생률을 보면 (...) 말라위와 예멘 사이에 위치할" 수준이다. 온갖 범죄가 일어나고, 애를 미친듯이 낳고, 다시 또 미친듯이 죽는 그런 곳이다. 실제로, 열다섯 먹은 주인공 데스먼드의 할머니는 서른아홉 살이다. (그리고 이 할머니 그레이스는 현재 7명의 아이를 낳은 상태다.)
당연히 말도 안 될 정도의 배경이지만, 풍자적인 의미에서 과장했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할머니와 성관계를 갖는 손자의 상황도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넘어간다. 이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영국의 모든 단점만을 모은 가상의 도시 디스턴을 생각해보자는 거다. 그런데 이 상황이 책 끝에서까지 주인공의 긴장과 온갖 고민을 야기하는 핵심 소재로 나오고, 라이오넬과의 최후의 갈등이자 비밀이 밝혀졌을 때의 애매모호한 사건 역시 이것으로 인한 것이다. 제목 또한 그 사건에 대한 것이고.
그러니까 거슬리는 점은 이거다. 모두가 그냥 암묵적으로 그런 셈치고 넘어가주는 것을 끈질기게 물고 넘어지면서 글을 쓰고 있으면 좀 뭔가 웃기다는 것. 하지만 그게 또 블랙 코미디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보니것의 소설도 그런 무리수 같은 풍자적 설정을 초장에 던지고 이로부터 우스꽝스러운 결말을 이끌어내니까.
아쉬웠던 부분이 이외에도 몇 가지 있었는데, 한국인인 나로서 잘 알지 못하는 유명인 코드 같은 걸 잘 파악할 수 없었던 점이고, 아래의 사진 같은 말장난을 번역에 대한 주석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주석이 없었다면 이해도 못하고 해석을 구글링하고 있었겠지만.) 이 말장난이 그레이스라는 인물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던 속성이란 점이 아쉬움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매력적으로 느낀 부분은 역시, 괴상할 정도로 잘 표현한 현대 사회에 대한 혐오다. 이 사람이 라이오넬 애즈보라는 반사회적 인물, "스레너디" 같은 속물적 유명인 지향가를 혐오스럽게 그려내는 것과, 이들이 나름 나쁘지 않은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불쾌하게 써나가는 걸 보면 아마 평상시에도 비슷한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데스먼드조차 그 시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좀 무책임한 양비론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 dc official App
모두가 현대를 싫어해 ㅜㅜ
첫 페이지부터 뭐요...? O_O
표지에 그려진 사람 턱이 부랄같다
현대따위 빨리 없어져버리라지
저 애너그램에 따르면, 자신과 훨씬 연하인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은 포식자 라는거네. 저 애너그램을 한글로 풀어낸 번역자에게 경의를 표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