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헤겔부터 거꾸로 들어가보자. 헤겔을 요약하면
각 시대에는 상이한 인식의 근본적인 토대가 있고 이 토대의 변화는 역사에 따라 일어난다. 예를 들어 선사 시대의 사람들과 중세 시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것이고 근대와 현대는 또 다를 것이다. 즉, 우리가 자유에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 시대의 이런 인식의 근본은 불완적하며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증법적으로 나아가 최종적으로 완전한 정신에 이를 것이다.
대충 이건가? 암튼 역사와 변증법에 따라 정신이 발전한다가 헤겔의 주장이고 이를 정신이 아닌 물질적 토대를 통해 접근한게 마르크스이고
그렇다면 칸트는? 헤겔은 칸트에게서 영향을 받는데 헤겔의 "인식의 근본적인 토대, 즉 선험적 전제 조건들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라는 주장이 칸트의 "불변의 선험적 전제 조건들이 존재한다" 라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수용한것이다.
즉, 칸트 철학에 따르면 시대나 지역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선험적 전제 조건들이 있고 이 전제 조건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이 작동한다.(교양서 수준 설명이라 자세한 건 잘 모름. 오류 있으면 지적 좀.)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현대 인지 과학이나 심리학이 옳기 때문에 칸트 철학은 틀렸다"라는 주장이 종종 보이는데
칸트 철학과 심리과학이 다루는 영역은 아예 범주가 다르지 않나? 심리과학이 다루는 부분은 인간의 심리가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방식들에 대한 연구고 칸트가 얘기하는 건 헤겔의 시대정신처럼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내재된 형이상학적인 선험적인 전제 조건들인데 어떻게 연결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냥 "의식" 이라고 이름 붙이니까 다 같은 걸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리고 헤겔이나 마르크스처럼 칸트를 비판적으로 수용한 철학자들이 이미 200년 전에 나왔는데 현대 과학을 굳이 끌어들이면서 칸트를 까는 것도 좀...... 옛날 철학자들에게서 중요한건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본 관점에 대한 것이지 단순한 학업적인 사실관계의 맞고틀리다 논쟁을 현대 학문 입장에서 해야하는지도 의문임.
읽고 있는 책에서는 저렇게 얘기하더라.
저말맞말 경험과학이랑 형이상학은 구분해야지 20세기넘어서부터 형이상학이 많이 뚜까맞어서 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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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형이상학
저런식으로 비교하기엔 부당한면이 없잖아있지..칸트만 까지말고 로크도 까고 아예 인식론을 역사에서 지워버릴 기세네 ㅋㅋㅋ - dc App
결국 이건 칸트가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 판단의 선험적이고 보편적인 범주란 게 있느냐? 하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어서
예를 들어 철학자들도 '선험성'이나 '필연성'이나 '전체성' 같은 범주가 얼마나 유의미한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칸트 철학에도 비판받을 수 있는 지점들은 있는 거지... 인지과학의 성과를 통한 비판도 가능하다고 생각...
뭐 학자들 간의 비판이면 모를까 인터넷에서 저런 비판의 대부분은 칸트에 관심있거나 이성비판 시리즈 읽는 사람들 한테하면서 칸트는 틀렸으니 아무것도 알 필요없다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