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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북 1 > - 러디어드 키플링 (펭귄클래식코리아) 남문희 옮김



설명이 필요한가?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동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로 감상했을 법한 전설적인 작품이다.

어릴 때 아동용치고는 긴 분량의 동화책으로 봤던 것을 떠올리니 원본의 분량은 꽤 길지 않을까 추측했다. 역시나 검색을 해보니 두 권짜리 장편 소설이었다.

그런데 이 책, 서문이 꽤 길고 주석이 맨 뒤에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두 유형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서문의 분량 때문에 다른 판본을 읽었는데 이 출판사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불편한 친절이다.

40페이지가 넘는 서문을 보니 스포일러가 될 수 있고 얼른 본문을 읽고 싶어서 앞부분만 살짝 읽다가 생략했다. 작가 서문에서부터 저자가 동물의 의인화를 꽤나 진지하게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동화치고는 실존 동물들을 모티브로 많이 조사해서 쓴 듯하다.

각각 별개의 연작소설들로 보이니 각 편수대로 감상을 쓰겠다.


1. 모글리의 형제들

자칼 타바키는 초반부터 재수 없는 악역 캐릭터의 냄새가 난다. 좆 같은 녀석이다.

작품이 내 예상보다 훨씬 심혈을 기울여 쓴 것 같다.

인간의 아이는 등장하자마자 늑대 젖을 먹는다. 등장부터 비범하다.

그리고 아이를 찾아 호랑이 쉬어 칸이 늑대 가족을 찾아온다. 엄마 늑대는 걸크러쉬를 선보이며 패기를 드러낸다. 멋지다!

모글리라는 이름은 개구리의 뜻이 아니라 저자가 창작한 이름이라고 한다. 다른 지명이나 인명 등은 모티브들이 있는데 모글리만은 그렇지 않아서 의외였다. 허나 억양이 절로 개구리를 떠올리게 한다.

어릴 때 봤던 기억이 나는 발루와 바기라도 등장한다. 의외로 동물들이 사람보다 관용의 정신이 강해 보인다. 이게 바로 우화의 힘인 걸까?

쉬어 칸은 악역을 제대로 소화해낸다.

바기라는 인간들의 손에서 자랐다. 모글리와 비슷한 처지였다. 그래서 모글리를 정답게 대하는 게 아닐까?

동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불을 찾으러 가는 모글리. 점차 인간 세계와 조우하는 느낌이다.

문득, 늑대 무리에서 살아가는 모글리를 보니 다문화 문제가 떠오른다. 모글리의 삶과 고민은 모글리만 겪는 게 아닌 듯하다.

사냥에서 실패한 우카일라가 죽음으로 물러나야 한다니, 늑대 세계의 비정함이 느껴진다.

모글리가 불을 가져와 자신을 반대하는 무리들에게 엄청난 패기를 선보인다.

늑대 무리를 떠나는 모글리의 모습이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며 동심을 버리는 느낌이라 한편으론 슬프기도 했다.


2. 카아의 사냥

모글리의 어린 시절 정글의 법칙에 대해 배우던 과거 얘기인 듯하다.

발루가 꽤나 거친 스승 노릇을 한다.

각 동물들의 통용어를 배우는 걸 보니 정글 세계도 외국어가 필수인 것 같다. 너무 리얼하다.

정글에서 원숭이들은 제대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다.

모글리가 원숭이들과 어울리는 게 마치 애니나 만화, 미연시 등에 빠져 살던 오타쿠 부류의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던 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모글리, 친구를 가려서 만나라! 아니면 평생 후회한다!

한편으론 원숭이 집단에 대한 묘사가 어딘가 불가촉천민이자 흙수저 하층민 혐오를 비유한 게 아닐까 싶어 씁쓸해진다.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발루의 원숭이 혐오가 이해된다. 하층민들은 멀리서 보면 불쌍해 보여도, 가까이에서 보면 혐오감이 절로 느껴진다.

원숭이들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주면 좋아하는 걸 보니 찌질함과 찐따력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동물 주제에 너무도 인간 군상을 리얼하게 묘사한 듯해서 불쾌하기까지 했다.

원숭이들에게 납치당한 모글리. 이에 안절부절 못하는 발루와 바기라가 제대로 엄마 아빠 노릇을 하는 것 같다. 둘을 커플로 엮고 싶... 미안하다. 동물 이종 간의 BL은 너무 위험하다.

카아는 꽤 자존심이 강해 보인다. 허나 발루, 바기라와 만나니 개그 캐릭터가 될 것 같다.

원숭이들은 정말 개노답 족속들 같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관종 무리로 보인다.

원숭이들과의 패싸움 장면은 아수라장 그 자체다.

다행히 모글리를 구하는데 성공한다.

모글리의 잘못이 아님에도 발루에게 체벌을 당한다. 정글의 동물들은 명예나 잘잘못을 깐깐히 따지는 듯하다. 그나저나 어린애를 곰발바닥으로 때리다니, 내 눈에는 살인미수로 보인다.



분량 문제로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