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사실 나는 독서 취향만 힙했던 게 아니다.


AKB48, 러블리즈 이전에


프리츠


그녀들을 좋아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없었던 무명의 걸그룹.


나는 나만의 세계에서, 홀로 프리츠를 품었다.


(저 멤버 중 한명인 유나는 지금 무슨 게임방송 BJ로 활동 중인 걸로 기억한다만... 내가 좋아하는 건 프리츠 시절 유나의 모습이니 넘어간다)


왜 1984를 보면 '그녀들'이 떠오르는지 아는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프리츠는 나치 문양 완장을 두르고 무대에 올라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상파 방송에도 나와본 적 없는 그룹이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며 비난을 받았다.


그녀들이 왜 그랬을까.


소속사에서 컨셉을 잡았다 할지라도


왜... 하필이면 나치 컨셉이었던 걸까.


멤버들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던 걸까.


독재. 파시즘. 전체주의. 그리고 빅 브라더.


그녀들은 그런 존재를 문양으로 새기고 무대 위로 올랐다.


그때 난 복잡한 심정이었다.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이


그저 오열만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녀들이 세계의 적이 되어버리다니.


그때 문득, 1984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사실 그건 어쩌면, 진심이 아니었을까.


죄악임을 인간으로서 느끼고 있음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던 건 아닐까.


그것이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세뇌를 당해서든


결국, 빅 브라더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그녀들을 사랑해야만 했던 걸까.


소녀시대 이후 죽어 있던 내 싸늘한 마음에 불을 지핀 그 존재가


이렇게 됐다는 사실에 내 세계는 무너져내렸다.


당시 웹소설과 등단을 준비하겠답시고 되도 않는 실력으로 집필하던 나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해 1주일이 넘도록 글을 써내려갈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 쓰지도 않았지만 1984를 오마쥬하는 소설을 한 편 구상하기도 했다.


'그녀들'을 모티브로, 주인공으로 내세운,


해맑은 표정으로 피와 탄압과 차별과 학살이 담긴 나치 문양을 몸에 새긴 소녀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는 체제에 저항하기 위한 투쟁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어떤 이유나 원인 때문에, 그 체제를 유지하려고 할 지도 모른다.


그 너머에 무엇이 존재하든


나는 죽음을 알면서도 죽음을 향해 나아가야만 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으니까.



'나는 빅 브라더보다, 그녀들을 더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