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란 문제로 가뜩이나 헬지구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란과 매우 관련이 깊은 한 모더니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냥 짧고 굵게 간다.
몇 번이고 강조했지만, 사실 <모더니즘> 문학은 사실상 동시대에 여기저기 나타난 서로 다른 작가들을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어서 하나로 묶어둔 부류에 가깝다.
물론 국가, 특히 언어에 따른 문학권으로 나눈다면, 사실 <모더니즘> 같이 두리뭉실하고, 모더니스트가 모더니스트를 까고 잡아먹으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야기할 것은 영미 모더니즘, 특히 영미 모더니즘 시에 관한 이야기다.
T.S. 엘리엇이나 에즈라 파운드, 아직 다루지 않은 H.D. 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혹은 월래스 스티븐스 등이 흔히 말하는 1세대 영미 모더니스트 시인들이라 불린다면,
이제 이들을 보며 자라난 꿈나무들이 한조가 대기타듯, 2세대 모더니스트가 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대표적인 2세대 영미권 모더니스트 시인으론 이미 다루었던 하트 크레인도 있었지만, 하트 크레인은 알다시피 일찍 세상을 탈갤했고, 독고다이에 가까웠지만, 이번에 이야기할 시인을 비롯한 이들은 영미권 2세대 모더니스트 시인, 일명 <객관주의> 시파라 불리는 이들이다.
<객관주의>라 불리는 이 시파는 미국의 2세대 모더니스트 시인 루이스 주콥스키에 의하여 창조되었는데, 사실 그 과정이 좀 아이러니했다.
대충, 살짝 왜곡을 섞자면, <객관주의> 시파란 용어가 탄생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가 요즘 다들 하는 팸을 만들어야하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자, 주콥스키는 대충 그럼 까짓것 객관주의파라고 하죠~ 라고 해서 탄생했다.
물론 주콥스키가 명칭만 대충 만든 건 아니고, 자신의 시론을 발표하고, 본인은 이러한 '객관주의'에 충실한 작품 활동을 펼쳤지만, 오늘날 <객관주의> 시파라 불리는 이들은 객관주의 팸으로서 행동하기 보단 대부분 솔로 플레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1세대 모더니즘 시인들에게 영향을 받고, 또한 주콥스키가 제시한 시론과도 대충 비슷한 작품활동을 했고, 서로 교류가 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오늘날 <객관주의> 시파는 2세대 영미 모더니스트 시 운동으로 분류된다.
물론 여기엔 오늘날 객관주의 시인들로 불리는 이들의 기묘한 또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Miss me?"
<객관주의 시파>에 속하는 이들 대다수가 에즈라 파운드와 친목질을 했다.
"근데 횽 난 유태인인데?"
"우리가 남이가!"
주콥스키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오늘 이야기할 바실(바질) 번팅 또한 오늘날 객관주의 시파에 속하는 영미 2세대 모더니스트이자, 에즈라 파운드의 귀여움을 받던 후배였다.
1900년 영국에서 태어난 번팅은 문학과 음악에 관심이 많아, 운율에 집착하면서 시를 발표하고, 에즈라 파운드와 친목을 하고, 또 주콥스키를 비롯한 객관주의 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작가로서 활동을 벌이는 듯싶었다.
"하지만 2차 대전 동안, 페르시아 (이란)에서 일을 해야했죠."
사실 번팅은 시인 뿐만 아니라 군사 활동이나 외교관으로서도 일을 했다. 이쪽이 본업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이란 여자와 결혼도 하고, 이란에 있는 정유 회사에서 고용되었던 번팅은 알고보니 영국의 스파이였다.
사실 스파이 활동을 한 작가는 많다. 007 시리즈의 이언 플레밍이나 그레이엄 그린, 서머싯 몸 등 어째 죄다 영국놈들 밖에 없는 거 같지만 아무튼 드문 일은 아니었다.
"너 추방"
"ㅅㅂ"
하지만 끝내 번팅은 스파이 활동이 발각되었고, 1952년 이란에서 추방된다.
이 직후 60년대까지 번팅은 출판계와 학계에서 말 그대로 잊혀진 작가로 취급 받는다.
공교롭게도 이것이 <객관주의> 시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었다. 이들은 에즈라 파운드와 친목질을 하던 후배들이었고, 작가 커리어 중간에 망각되어서 말 그대로 텅 비었다가 늙어서 재평가 받는다.
"인생무상 ㅅㅂ"
어쨌든 장기간의 침묵 속에서 재평가가 되자, 1966년 번팅은 오늘날 그의 대표작이자 자전적인 장시 <브리그플래츠>를 발표하는 등, 다시 주목을 받게 되고, 오늘날까지도 영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시인 중 하나로 남게 된다.
뽐내듯, 달콤한 테너 황소는,
로디강의 마드리갈 춤에 따라 높여 노래하며,
조약돌 각각은
언덕들의 늦봄을 위한 부분이 되다.
발가락을 세우며 춤추는 황소는
산사나무 꽃에 맞서듯 검다.
우스꽝스럽지만 사랑스럽게
허들 넘듯 그림자들을 뒤쫓는다
아침부터 정오까지.
황소 가죽 위의 산사나무 꽃과
계곡 사이로 뻗은
고랑 가득 채운 산사나무 꽃은,
뱀도마뱀의 길을 포장한다.
-<브리그플래츠> 1 中, 바질 번팅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토끼공듀의 삶
- 만델스탐의 노래
- 악어들의 거리
- 독일인이 오리라
모더니스트의 선조들
나도 스파이 겸 작가 하고 싶다
20세기에 백인으로 태어났으면 가능했는데
매번 너무 잘 읽고있음 ㄱㅅ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