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매우 재밌는 소설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하여 너무 슬퍼져서 읽다가 그만두다가 하는 걸 세 번 정도 반복한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은 말 그대로 소설에 대한 책인데, 소설에 관여되는 네 종류의 인물-작가, 편집자, 비평가, 그리고 독자-에게 각각 자기 시야의 챕터를 할애한다. 여기서 작가 루카스 요더는 베스트셀러를 몇 권이나 써낸 작가로, 작중 시점에서 여덟 번째 책이자 아마도 그의 마지막 책이 될 책을 써낸 상태다. 물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에 인기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네 권의 책이 나올 동안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고, 그 시절에 대한 일화들이 너무 눈물겹다. 책이 도저히 팔리질 않아 원치도 않는 서점 사인회에 앉아 있고, 하도 사람이 안 오니 점원들이 손님인 척 줄을 서 있거나 그래도 안 되니 실제로 책을 사기까지 하는 이야기.
이름 말하기 힘든 글줄을 이따금 쓰다보니 그런 일화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서 도저히 책을 더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내려놓았다가 다시 읽어보니 이제는 작가의 불안함을 이야기한다. 초고를 주요 출판사와 서점들, 신문들에 돌려보았더니 모두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하고 주문 부수를 1/3로 줄이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편집자는 좋다고 하고, 평소에 글을 읽어주던 이웃들도 문제가 없이 이번에도 잘 썼다고 한다. (둘 다, 베스트셀러 책을 내기 전의 책들도 좋다고 말했던 사람들이다.) 그럼 이제 불안함이 도저히 멈추질 않는 것이다. 대충 그 시점이 내가 책을 집어던졌던 두 번째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매력적인 책이긴 해 쭉 다시 읽어나가다 비평가 파트에서 다시 또 후려맞는다. 엘리트 의식에 가득 차 사람들이 많이 읽는 대중적인 책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는 뛰어난 책들이 있고,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몇 안 되는 엘리트들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비평가가 나온다. 거기까지야 그럴 수 있다. (수준 높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구분 자체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을 끼적이던 나로선 도저히 거기 동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이 비평가가 그런 자신이 생각하는 뛰어난 글의 조건들을 토대로 뛰어난 소설을 써보이겠다고 하는 곳이다.
그가 사사한 교수조차 그의 착안을 듣고 '너는 뛰어난 비평가로서의 조건과 소설가로서의 조건을 혼동하고 있다, 소설은 추상적인 개념을 주제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된다'는 조언을 해주지만 물론 제대로 듣지는 않는다. 그렇게 써낸 소설을 편집자는 '요행이 있지 않다면 흥행하지 못할 글'이라고 판단하고, 비평가 본인이 억지로 밀어붙여 출판하지만 예상처럼 참패한다. 그리고 하나의 트라우마가 된다. 세 번째 순간이자 마지막 순간이다. 비평가의 스승 데블런 교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그들은 자신이 훌륭한 소설가라는 점을 먼저 증명하고 나서 나중에 인생의 후반기에 가서 무엇이 자신을 훌륭하게 한 것인지 생각한 사람들일세." 소설가가 비평가는 될 수 있더라도, 비평가가 소설가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정확히는, 둘을 양립하는 건 힘들다는 말로 한 말이었지만.
어쨌든 이 부분들을 지나고 나서는 글을 제대로 읽어나갈 수 있었고, 뼈아팠던 부분들도 다시금 생각해볼 여지가 많았다. 어쨌든 <소설>은 소설에 접근하는 서로 다른 방식과 그 방식의 삶에 대해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장면의 재현에 대해서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편집자가 '쓰레기 산'으로부터 쓸만한 원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글을 어떻게 구해내는지, 비평가가 어떻게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구분하는지, 독자가 어떻게 양쪽을 다 섭취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여기에서 그려낸 작가 루카스와 쿳시의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에서 그려낸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머릿속에서 비교해보기도 했다. 루카스가 자신이 이것을 글로 써내야 한다, 하는 감정을 받는 것과는 달랐다. 쿳시가 본 도스토옙스키(아마 쿳시 자신도 섞여 있을)는 현실을 글로 팔아먹는 것에 죄의식을 갖고 있었으니까.
이와 별개로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재밌다. 덕분에 언제고 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비교문학(?) 에세이 The Possessed(도스토옙스키 동명 소설을 연상시키는)를 좀 더 기대하게 되었다.
폰트 왜 블루라이트 필터 먹임
블로그에 먼저 쓰고 복붙해서 그런가....
책 자체는 전형적인 내가 못 읽는 소설이네
슬픈 일임...
ㄹㅇ 사이다 글도 읽다가 당하는 사람한테 이입해서 공감성 수치 느끼곤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음...
흥미가 가네 읽어봐야겠다
제임스 미치너는 서사에 능한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정작 읽은 책은 서사가 중요하지 않은 [소설], [털복숭이 매트리아크] 밖에 없네요. 제 경우 [소설]은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 공대 출신이어서 감정적으로 이입하지 않아서일 겁니다
나 이책 어제 시켯는데 ㅋㅋㅋ 역시 재밌을거가타 - dc App
이거 읽고 미메시스 읽어야징ㅎ 했는데 몇년째 안읽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