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멜빌이 미국 문학의 아버지다, 같은 식의 평가는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으레 한 문학의 부모급이 되려면, 그 문학이 형성될 무렵부터 영향력을 끼쳐야하는데, 우리의 멜붕이는 사실 뒤늦게 재평가받은 게 너무 크다.

물론 재평가 이후엔 미국 문학 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에도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지만, 아무튼 간에 아버지라는 명칭은 멜붕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허먼 멜빌이 미국 문학이 태동하던 시절, 즉 미국 문학의 조상들이 본격적으로 미국 문학을 만들던 시기에 활동한 것은 사실이고, 또 미국 문학이 낳은 역대급 거장 중 하나인 건 사실이다.


멜빌에 대한 평은 해럴드 블룸이 에이허브 선장을 미국 문학의 프로메테우스라고 평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홀로 갑자기 나타나서, 프로메테우스가 고난받듯, 멜붕이는 고난을 자초했고, 또 그렇게 미국 문학의 신화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과장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의 멜붕이는 그저 고래를 사랑했던 평범한 사랑꾼 아싸였으니까.


오늘은 한 고래박이에 대한 이야기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282878902d20e5268950732f08468040f753fd05c2c513


1819년 뉴욕에서 우리의 고래박이 멜붕이, 허먼 멜빌은 태어났다. 아버지는 상인이었는데 그럭저럭 잘 살 것만 같았다.


물론 멜붕이가 어릴 적 사업이 망해버려서 이후 멜붕이 일가의 고난이 시작되었지만.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a9e231bd729d0bda646f020a



어린 멜붕이에게 눈여겨볼 점은, 멜빌의 친가나 외가 모두 미국 독립전쟁 참전 유공집안이었다는 점이다.


즉, 어린 멜붕이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들로부터 성조기를 휘두르며 조오지 워싱턴과 함께 영국놈들 때려잡는 이야기를 질리도록 들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할아버지 때 독립을 했을 만큼, 이 당시 미국은 아직 '새로운 국가'에 불과했고, 누군가가 미국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했다.


멜붕이는 미래의 그런 작가 중 하나였고, 멜붕이와 동시대 미국 작가들은 말 그대로 새로운 나라 속에서 '미국'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연구가들이 알려줄 것이고, 정작 멜붕이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우선 아직 청소년인 멜붕이의 아버지가 급사하고 만다.



사업 실패로 계속 이리저리 발품을 팔던 멜붕이의 아빠는 눈오는 겨울 밤 증기선을 타고 오다가, 눈 때문에 강물이 얼어붙어서 겨울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며칠 동안 한겨울 배 위에서 추위를 그대로 노출된 덕분인지, 직빵으로 병에 걸려서 골골대고, 심지어 정신까지 나가버린다. 그렇게 몇 달 앓다가 죽었다.


이러한 비참한 아버지의 죽음 자체는 어렸던 멜붕이에게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인지, 나중에 그의 소설 <피에르>에서 아버지가 겪었던 것과 거의 같은 죽음이 묘사된다.


누가 죽냐고? 책 사서 읽자~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f8e532bb209b0b8d646fa69e

이러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집안은 다시 한 번 휘청이는데,


이때 멜붕이의 삶과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두번째 요소가 등장한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에 멜붕이의 어머니는 종교에서 그 위안을 찾고자 했다. 공교롭게도 멜붕이가 사는 곳은 미국 북부, 청교도 지대.


엄격한 칼뱅주의 신앙 생활은 성조기 부대 할아버지들로부터 들어온 미국 역사와 더불어 멜붕이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정말로, 그 무엇보다도 멜붕이가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세번째이자 마지막 영향이 남았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a8b836ec25990fdd647539c4


"멜붕쿤...이제서야 여기를 보는 구나"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f9b063bc74cb098a646fcfbc



1839년, 이제 청년이 된 멜붕이는 일을 해야했다. 삼촌으로부터 배를 타면 돈이 된다,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배를 탈 준비를 마친다.


처음에 멜붕이는 상선에 견습으로 계약을 하여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행한 멜붕이는 돈도 제대로 못 받았다. 결국 상선을 때려치고, 다른 일자리를 찾고자 멜붕이는 애쓴다.


사실 이쯤 되면 배를 멀리할 거 같지만, 멜붕이는 생각 외로 배가 좋다는 걸 깨달았고, 새로운 뱃일을 구하고자 빈둥거린다.



그리고 그 직후 운명적인 만남이 멜붕이에게 있었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ade336b973c80d8e646f82bb


"멜붕쿤! 고래박이의 힘을 보여줘!"



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사실 집안 사정으로 제대로 마칠 수 없던 멜붕이는 대학은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시절까지 멜붕이는 독서청년이었고, 읽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다. 잡지들도 줄곧 읽곤 했는데


1840년, 전설의 고래 모카 딕이 잡혔다는 기사를 잡지에서 읽게 된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fab936ec209403d9646fd550



크고- 아름답고 우람하며 뽀하얀 전설의 향유고래 모카딕이 마침내 잡혔다는 기사를 읽으며 멜붕이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했을 거다.


그나저나 모카딕 저 고래, 이름부터 생김새까지 어디서 많이 본 고래 같지 않은가? 멜붕이가 이때 얼마나 흥분했을지, 그건 다음화에서 계속 이야기하자.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fcb167e8209b59db646f8a32


그렇게 우리의 멜붕이는 고래박이---아니 고래잡이가 되었다. 포경선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에 걸쳐, 전세계를 항해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문학의 역사와 관련이 깊은 것은, 뱃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아버지가 남긴 기록 사본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오웬 체이스이며 오래 전 포경 고래박이들로부터 전설로 남은 에섹스호의 침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고 했다.


고래로부터 침몰당한 사람의 기록을 읽으며 우리의 고래박이는 다시 한 번 흥분했을 것이다.





그렇게 약 5년 동안 고래박이 멜붕이는 배와 바다, 고래에 관련된 일은 왠만한 건 다 해본다.


선상폭동에도 가담하여 잠깐 감빵 구경도 하고, 또 포경선 일이 끝나고 나선 미 해군에도 잠깐 일을 한다.



그러나 고래박이 멜붕이는 단순히 고래들에게 우람한 작살을 박아넣는 일을 하기 보다는, 예술적 감성이 있던 까닭에 그들에 대해 쓰고 싶어했다.



무엇보다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러기를 원하였다.


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 자신이 겪은 일들을 재치있게 이야기하자, 주변에선 빨리 글로 쓰라고 재촉했다.



그 결과, 멜붕이는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항해모험소설들을 발표한다.


1846년,<타이피>를 시작으로 1847년, <오무>를 발표하는데, 자신의 남태평양 체험담을 밑바탕으로 하는 해양소설들이었다.


평가도 괜찮았고, 초보 작가치곤 그럭저럭 팔린다.


호손 같은 문단의 선배 작가들로부터 재능 있는 작가란 평가도 들었고, 무엇보다 이 두 소설의 성공으로 멜붕이는 독붕이들과 달리, 결혼까지 성공한다.




고래들과 눈물의 작별 이후, 5년 동안 멜붕이는 5 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하면서, 대박은 없었지만, 이대로만 간다면, 그럭저럭 먹고 사는 작가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고래박이 멜붕이는 이제 슬슬 헤어진 애인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4545799b272ba6edd3b2089ba8b037ef27995d8b646f09c0



"참으세요 멜빌쿤. 고래는 좀 잊어버려요."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2fa11d028314e80f1a897f13dffcb4824f132b5dbe8b6b5e9cff79d6f4e0c1b282878902d20e526895073210c47d617f401f405d8db00


"멈출 수 없는 사랑인 테챠아아아앗~!!"






1851년, 고래에 대한 사랑을 부정할 수 없었던 허먼 멜빌은 그대로 파멸을 택하게 된다.


고래 밖에 모르던 멜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께속)